지난해 인도는 새로운 글로벌 투자처로 부상하며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하반기 니프티50지수가 2.8%가량 하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인도 경제 성장성을 향한 의구심 어린 시선도 쏟아진 탓이다.
시장이 보는 인도 증시 미래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인도 증시가 주목받았던 여러 배경이 아직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지 개인투자자들의 뜨거운 투자 열기와 제조업 회복세,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 등이 인도의 재부상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2021년 500만 개를 넘긴 인도 개인투자자 주식 계좌는 지난해 150만 개를 돌파했다. 개인이 증시에 활발히 참여하며 시장 활성화에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1990~2000년 미국에서 발생한 ‘주식 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JP모건은 1982년 2분기 미국 가계 전체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9.44%였다가 2001년 1분기 38.38%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S&P500지수는 1982년에만 27% 급등했고 2001년 1분기까지는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에서는 주식시장을 부 창출의 엔진으로 재정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중”이라며 “높은 밸류에이션과 해외 자금 유출에도 인도 강세장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로컬 투자자들이 인도 증시를 떠받치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제조업도 살아날 기미가 감지되며 증시 회복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발표된 인도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최근 2년 중 가장 낮은 5.4%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6.5%를 밑도는 수치다.
그러나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실제 니프티50은 인도의 지난해 2분기 GDP가 발표된 날 전 거래일보다 2% 넘게 올랐다. 시장의 예상에 못 미친 지표에 정부가 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의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7.4로 한 달 전(56.5)보다 상승하며 제조업 경기가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해 11월 신규 수출 주문도 최근 4개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시장 친화적 태도를 유지하는 점도 인도 증시에는 긍정적이다. 인도는 2020년부터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PLI는 인도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국내외 기업에 세제 혜택과 판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장은 올해 마무리되는 PLI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 정부가 PLI 제도의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PLI 시행 이후 인도의 2023년 수출액은 21%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17% 늘었다.
다만 ‘인도의 시간’은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에 도래할 여지가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대내외 정세가 안정된 뒤 신흥국인 인도의 성장이 본격적으로 두드러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이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따돌린다면, 인도가 세계 공장 역할을 해줄 대안인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