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정책으로 ‘아르헨티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화했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밀레이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에게 WHO 탈퇴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를 통해 보건 정책의 유연한 시행과 자원 가용성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도 밀레이 대통령이 며칠 내로 관련 행정명령에서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기점으로 아르헨티나의 WHO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밀레이 정부는 WHO 탈퇴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중 공중 보건에 관한 깊은 의견 차이“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WHO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우려도 탈퇴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이는 2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WHO 탈퇴 절차를 시작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내놓은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아르도니 대변인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행정부와 함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봉쇄 조처를 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면서 ”국제기구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건강을 침해하는 것은 더욱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의 연대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이후 트럼프를 만난 최초의 외국 정상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복귀”라면서 치켜세웠고, 트럼프 대통령은 밀레이에 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처럼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도 탈퇴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아르헨티나를 기점으로 WHO 탈퇴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BC는 ”더 큰 문제는 밀레이 대통령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국가 정상들이 비슷한 조치를 취할 지 여부“라면서 ”더 많은 국가가 탈퇴를 선언한다면 WHO의 신뢰성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