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PL) 득점왕,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득점왕,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호골의 주인공. 이 어마어마한 커리어의 ‘우리 캡틴’이지만, 항상 따라오는 아쉬운 꼬리표가 있는데요. 바로 ‘무관’, 단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빈칸’이죠.
지금 다시 그 ‘빈칸’을 메꿀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는데요. ‘우리 캡틴’의 나이를 고려할 때 다시 쉽게 찾아오기 힘든 기회죠. 이번엔 진짜 그 트로피가 그의 품에 안길 수 있을까요?
7일(한국시간) 오전 5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2024-25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EFL컵) 준결승(4강)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릅니다. 일반적으로 리그컵이라고 알려진 이 대회는 잉글랜드 축구대회인데요. 풋볼 리그컵, EFL컵으로 불리는데 대부분 스폰서의 이름이 들어갑니다. 올해는 카라바오컵이라고 불리죠.
지난달 9일 토트넘의 홈구장인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토트넘은 리버풀을 1대 0으로 꺾었는데요. 루카스 베리발의 결승골을 앞세워 리버풀을 무너뜨린 토트넘은 비기기만 해도 결승 무대를 밟는데요.
그러나 토트넘의 승리를 예측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분명 토트넘이 유리한 고지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은데요. 리버풀은 올 시즌 17승 5무 1패(승점 56)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죠. 반면 토트넘은 8승 3무 13패(승점 27)로 14위에 머물러 있죠. 1차전도 솔직히 수월히 이긴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점유율도 4:6으로 밀렸지만, 역습에 성공하면서 간신히 승리를 챙겼는데요.
다만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조금 다릅니다. 이번 시즌 유일한 트로피가 될 가능성이 큰 토트넘은 전력을 다할 예정이지만, 리버풀은 카라바오컵 외에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이 남아있는데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토트넘 입장에서는 리그 하위로 떨어진 팀 분위기를 올릴 수 있는 반전의 찬스죠. 현시점 그 기세는 다를지라도 컵에 대한 간절함은 토트넘이 더 앞서있습니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외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는 손흥민이 더 합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2015년에 입단했거든요. 즉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약 10년간 단 한 번도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앞서 몸담았던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와 바이어 04 레버쿠젠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손흥민은 우승이란 두 글자를 누려본 적이 없죠.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역사를 쓴 손흥민은 유독 우승컵과의 인연이 없는데요. 안타까운 준우승만 3번이었습니다. 2016-17시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아래 토트넘은 리그 준우승에 올랐는데요. 첼시에 밀려 2위에 머물렀죠. 프리미어리그 데뷔 2년 차에 노려봤던 우승 트로피는 멀어졌습니다.
이어 2018-2019시즌 토트넘은 구단 최초로 유럽축구협회(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진출했는데요. 여기서 리버풀을 만나 0-2로 패하며 유럽 최강의 팀 등극에 실패했죠. 아쉬운 표정으로 시상식과 트로피를 바라보던 손흥민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2020-2021시즌 카라바오컵에서도 토트넘은 또 한 번 준우승에 그쳤는데요.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만나 0-1로 무릎을 꿇었죠. 손흥민은 3번이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야만 했습니다.
손흥민은 소속팀뿐 아니라 국가대표팀으로서도 아직 우승컵이 없는데요. 아시아 국가 대항전인 아시안컵조차 정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대표팀 내 분란이 야기됐던 ’2023 아시안컵‘이 큰 아쉬움이 됐죠. 손흥민의 유일한 금메달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인데요.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와일드카드로 뽑혀 금메달을 따냈지만, 이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참여하는 연령별 대회이기 때문에 성인 대표팀 우승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아직 손흥민에게 ’트로피 없는 커리어‘가 따라다니고 있는 거죠. 같은 대표팀 동료인 김민재와(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손흥민보다 더 짧은 경력에도 불구 트로피를 쟁여둔(?) 것과 상반됩니다. 김민재는 세리에A 데뷔 시즌에 나폴리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며 트로피를 따냈고, 올 시즌 뮌헨이 16승 3무 1패(승점 51)로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는 터라 추가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죠. 이강인은 PSG 입단 이후 4번이나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요. 리그앙, 루프 드 프랑스, 트로페 데 샹피옹(슈퍼컵) 우승에 기여했습니다.
’캡틴‘ 손흥민으로서는 후배들의 우승기록이 부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준우승을 안겨준 카라바오컵, 리버풀과의 2번째 만남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토트넘이 리버풀을 꺾고 결승에 오른다면 토트넘은 17년 만의 우승이자 손흥민의 첫 트로피가 되는 팀과 개인 모두 역사가 되죠.
지난해 영국 기브미스포츠가 토트넘 역대 최고의 7번에 손흥민을 선정하면서 단 하나 부족한 것으로 우승컵이 없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매체는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후 세계 최고 팀들의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항상 토트넘에 충성했다. 모든 경기에서 7번을 달고 뛰었다”라고 추켜올리면서도 “손흥민이 놓친 건 팀 트로피뿐”이라고 지적했죠.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후 10년간 활약하며 토트넘에 없어서는 안 될 구단 레전드로 꼽히고 있는데요. 구단 역사상 100골을 돌파한 최초의 비 영국인 선수이자, 구단 역대 통산 도움 1위를 기록하고 프리미어리그 100골을 돌파한 역대 2번째 선수입니다. ‘레전드 손흥민’으로 불리기에 충분하지만 그대로 아쉬운 우승의 기록. 부디 그 긴 ’무관의 역사‘가 이번으로 끝이 나길 토트넘과 손흥민 팬들이 바라고 있는데요. 쿠팡플레이로 중계되는 금요일 새벽 경기를 넘어 결승전 뉴캐슬과의 경기까지 ’우리 캡틴‘의 영광의 순간을 이번에는 목도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