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등 빠져
내용면에서도 금융사보다 부실
COE·TSR 등 핵심지표 필요
주총 앞두고 밸류업 방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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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밸류업 2년차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소극적이었던 시행 첫해에 비해 올해는 주주친화적 안건과 기업가치 제고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금융지주, 보험 등 다른 금융 업권에 비해 부진한 평가를 받는 증권사 밸류업이 저평가 논란을 끊어내고 날개를 펼칠지 주목된다.
11일 한국거래소 밸류업 공시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공시를 마친 증권사는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DB금융투자, 현대차증권, 유안타증권 총 6개사다. 메리츠금융지주를 증권사로 포함시켜도 금융투자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전체 증권사 60개사 중 7개사(11%)만 관련 공시를 한 셈이다.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로 좁히면 3곳(미래·NH·키움)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전부 밸류업 공시를 마쳤고, JB·DGB·BNK지주를 포함해 기업은행, 삼성화재 등 은행, 보험업권까지 밸류업 공시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금융사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증권사 밸류업 공시는 내용 면에서도 같은 금융업권인 은행, 지주, 보험 대비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 설정 대신 연초 주주총회에서 밝힌 내용과 유사하거나, 앞서 발표한 증권사의 밸류업 공시 내용을 답습하는 형태에 그친다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계획이 빠진 곳도 대부분이다.
대체로 3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주주환원율 30~4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업종 평균 이상 등 중·단기 목표가 공통으로 담겼다.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주주들과 정례적으로 소통하는 곳은 메리츠금융지주 뿐이다. 이날 기준 국내 증권사 상위 10곳의 평균 PBR은 0.5배 내외다. 이는 국내 증권사 시가총액이 순자산(자기자본)을 전부 매각했을 때 받는 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주주자본수익률(COE)과 총주주수익률(TSR) 등 핵심지표가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는 밸류업 목표 달성을 위해 주주환원율, ROE 이외에도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담고 있다. KB금융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과 함께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자금은 CET1 13%를 넘는 자본과 동일한 수준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업종은 밸류업의 대표 주가 수혜 부문으로 묶임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공시 이후 주가가 오히려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 지수는 지난 1년간 8.55% 상승해 KBR은행(11.78%), KRX300금융(11.64%)과 비교해 상승률이 10%도 채 안 된다. 밸류업 공시 증권사 6곳 중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차증권은 밸류업 공시 후 주가가 더 하락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증권사 주주총회에서 기존과 차별화되면서 구체적인 밸류업 안건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주주총회에서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 담길 경우 향후 기대감이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재무적 요건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수익성 증대’, ‘차세대 원장 시스템 구축’, ‘IR 정보 자료 제공’ 등 두루뭉실한 내용을 담는 것도 지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