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떨어지는 아시안게임, 'Z세대' 금빛 질주가 기 살렸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5-02-11 17:3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대표팀의 김길리가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한 표정으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대표팀의 김길리가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한 표정으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개막한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이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11일에는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동계 스포츠 종합대회의 '꽃', 피겨 스케이팅 경쟁이 막을 올렸습니다. 아이스댄스를 시작으로 페어,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이 이어지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명실상부 남자 피겨 간판인 차준환(23·고려대)이 자신의 첫 동계 아시안게임 연기를 펼칠 예정이라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팀 후배 김현겸(18·한광고)도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하죠.

이에 앞서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36·알펜시아)은 또 하나의 메달을 추가했습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레전드 이승훈은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대회 남자 팀 추월에 정재원(23·의정부시청), 박상언(22·한국체대)과 함께 출전했는데요.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죠. 특히 이승훈은 이번 대회 첫 메달이자, 자신의 통산 9번째 메달을 수확하게 됐습니다. 한국 선수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획득 신기록까지 세웠죠.

한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금메달 12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1개 등 총 35개의 메달을 거머쥐고 있습니다. 개최국 중국에 이어 종합 2위에 랭크돼 있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같은 호성적은 널리 퍼지진 못한 모양샙니다. 국제 종합 대회지만, 올림픽은 물론 하계 아시안게임보다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동계 아시안게임인데요. 네티즌 사이에서도 "아시안게임 하는지도 몰랐다"는 놀라운 반응이 속속 포착되고 있죠.

▲7일 중국 하얼빈 국제 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축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중국 하얼빈 국제 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축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8년 만인데…왜 화제성 떨어질까?

아시안게임은 하계·동계 대회 모두 4년에 한 번씩 치러집니다.

그러나 이번 동계 대회는 8년 만에 열렸는데요. 마지막 대회는 2017년 삿포로 대회였죠. 이후 동계 대회를 유치하겠다는 국가가 단 한 곳도 없었던 겁니다. 예정대로라면 2021년 겨울 열렸어야 했지만, 당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제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여유도, 여력도 없었죠.

2022 항저우 하계 아시안게임처럼 1년 연기하면 될 일 아니었냐고요? 실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2022년 치러져야 했지만 1년 연기돼 2023년 열렸는데요. 동계 아시안게임도 2022년 개최로 한 해 미루는 방안이 거론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22년 2월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또 그해 11월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올릴 예정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떨어지는 아시안게임, 그것도 인기 종목인 축구, 야구, 양궁, 배드민턴, 사격 등이 없는 동계 대회를 유치하겠다는 나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국제 무대 욕심이 많은 중국 역시 베이징 올림픽으로 바빠 동계 아시안게임 유치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요. 강원도가 '남북 공동 개최'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미온적인 분위기 속에 무산됐죠.

동계 아시안게임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중국 하얼빈이 대회 개최지 단독 입후보 신청을 내면서부터입니다. 아시안게임을 주최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2023년 7월 하얼빈을 제9회 대회 개최지로 선정했고요. 이로부터 약 1년 7개월 만에 동계 대회가 어렵사리 막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나현이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AG)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이나현이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AG)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맹활약한 Z세대, 금메달 싹쓸이 쾌거…"더욱 성장하겠습니다!"

이번 하얼빈 대회엔 동계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인 34개국에서 약 1300명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은 선수 149명, 임원 52명, 본부 임원 24명 등 총 225명을 파견했죠.

한국은 직전 삿포로 대회 당시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16개·은메달 18개, 동메달 16개)을 수확하며 종합 2위를 차지한 바 있는데요. 이번 하얼빈 대회도 종합 2위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목표를 금메달 11개(은 7개, 동 20개)로 정했는데, 대회 개막 이틀 만에 목표를 달성해 눈길을 끌었죠.

대회 초반부터 쏟아진 금빛 향연의 중심에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젊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대회 둘째 날인 9일까지 한국이 따낸 금메달 11개 가운데 8개가 Z세대 선수들에서 나왔죠.

박지원(28·서울시청), 김태성(23·화성시청), 최민정(26)과 함께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길리(21·이상 성남시청)은 지난 시즌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해 '특전'인 황금 헬멧을 쓰고 경기에 출전해 주목받았는데요. 혼성 계주뿐만 아니라 여자 1500m에서도 개최국 중국을 뚫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길리는 대회 직전 열린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선 무려 5관왕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목표를 세웠지만, 2관왕에 만족해야 했는데요. 특히 마지막 종목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는 넘어지면서 좌절, 눈시울을 붉혔죠.

그러나 김길리는 2004년생, 21살로 '새로운 에이스'입니다. 이번이 첫 아시안게임에 불과한데요.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첫 아시안게임이었는데, 아쉬운 부분도 많이 남는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낸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 몇 번 더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으니 이번 대회를 계기 삼아 더욱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예선에서 활약한 장성우(22·화성시청)도 금메달을 받았는데요. 그는 남자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2관왕이 됐죠. 1500m와 500m에서도 동메달 2개를 따냈습니다.

깜짝 금메달도 나왔습니다. 이나현(19·한국체대)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m에서 10초501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따냈는데요. 그와 0.004초 차이로 김민선(25·의정부시청)이 결승선을 통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죠. 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는 김민선이 35초2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는데요. 이나현은 0.09초 뒤진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죠.

이틀 연속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시상대에 오른 두 선수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국제무대 동반 포디움(입상)까지 연출하면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김민선은 '빙속 여제' 이상화에 이어 '신 빙속 여제'라 불리며 주목받은 선수인데요. 그간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다수 메달을 따내긴 했으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것도 그가 처음인데요. 이상화도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2007년과 2017년 대회에서 두 차례 은메달을 딴 게 전부였습니다.

100m에서 김민선을 꺾고 깜짝 금메달을 따낸 이나현은 지난해엔 주니어 세계기록을 세우는 등 빠른 성장세를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그는 "종합 대회뿐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 처음 금메달을 따 자신감이 생겼다. 앞이 창창한 선수라고 나를 소개하고 싶다"며 "꿈의 대회 올림픽에 나가서도 가장 잘 타는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죠. 이나현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팀 스프린트 금메달, 여자 1000m 동메달까지 수확하며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에서만 4번째 메달을 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승훈(19·한국체대)은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역사상 첫 금메달을 확득했고요. 이채운(18·수리고)은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수확해 금빛 질주에 힘을 보탰습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9년 6월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가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9년 6월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가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온다…아시아 넘어 세계로

대회 전반부 빙상 선수들이 메달을 줄줄이 따냈다면, 대회 반환점을 돈 후부터는 설상과 컬링,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출격합니다.

특히 이채운은 13일엔 자신의 주 종목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2관왕을 노리는데요.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무리 없이 2관왕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시아에선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죠.

피겨 남녀 간판 차준환, 김채연(18·수리고)은 일본 간판 가기야마 유마, 사카모토 가오리와 각각 메달 색을 놓고 붙습니다. 기술적 격차가 큰 것으로 평가받지만, 국제 종합 대회에선 언제나 이변이 펼쳐지기 마련이죠.

'젊은 피' 선수들의 맹활약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내년 2월 이탈리아에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데요. 선수들에겐 가장 크고 영광스러운 무대로 여겨집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내년 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으로도 여겨진 바 있죠.

동계 올림픽을 딱 1년 앞둔 지금,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경기 운영과 무더기 금메달이 나온 상황인데요. 아시안게임에서 증명한 성장세에 올림픽 기대감도 높아지는 중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화제성 떨어지는 아시안게임, 'Z세대' 금빛 질주가 기 살렸다 [이슈크래커]
  • 단독 4대궁·종묘 관람객 지난해 1300만 '역대 최대'…외국인 첫 300만 돌파
  • '최강야구' 클로징, 하와이 전지훈련 확정…이번 시즌 MVP는?
  •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부과 발표…“반도체·자동차도 검토”
  • 국내주식, 어디다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참고해볼까 [경제한줌]
  • "대전 초등생 피습 가해교사, 교육청 현장 지도 나간 당일 범행"
  • 단독 첨단학과 '수도권 쏠림’ 사실로...경쟁률 지방의 3배 이상 [첨단인재 가뭄]
  • '2025 정월대보름' 부럼과 오곡밥을 먹는 이유 [그래픽 스토리]
  • 오늘의 상승종목

  • 02.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7,560,000
    • -0.1%
    • 이더리움
    • 4,044,000
    • +0.87%
    • 비트코인 캐시
    • 512,000
    • +2.4%
    • 리플
    • 3,752
    • +2.35%
    • 솔라나
    • 303,500
    • -1.78%
    • 에이다
    • 1,211
    • +14.68%
    • 이오스
    • 964
    • -0.21%
    • 트론
    • 374
    • +4.18%
    • 스텔라루멘
    • 505
    • +6.09%
    • 비트코인에스브이
    • 60,600
    • +2.02%
    • 체인링크
    • 29,040
    • +3.05%
    • 샌드박스
    • 606
    • +3.0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