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픈AI 달리)](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13154812_2136465_1024_1024.jpg)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미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극단적인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타 운용사보다 낮은 총보수를 제시하기 위한 눈치싸움으로 인한 피로감과 더불어 운용업계 전반의 수익성도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잉 경쟁이 투자자를 호도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숨은 비용’ 때문에 투자자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수수료는 운용사가 제시한 것보다 높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86조 원을 넘어서 190조 원에 가까워졌다. 전날 기준 회사별로는 △삼성자산운용(38.02%) △미래에셋자산운용(35.59%) △한국투자신탁운용(7.87%) △KB자산운용(7.74%) △신한자산운용(3.41%) 등의 순(順)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장기간 40%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점유율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2위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점유율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기존 4위였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위 자리를 탈환했고, 기존 6위였던 신한자산운용은 5위로 올라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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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점유율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일부 상위권 운용사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 ETF 수수료를 인하했다. 먼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관련 ETF 총보수를 연 0.07%에서 0.0068%로 인하한 것이 시작이다.
다음날 삼성자산운용이 자사 ETF 수수료를 0.0062%로 낮추며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0.0006%포인트(p) 낮췄다. 이후 KB자산운용도 자사 S&P500 ETF 총보수를 0.47%로 낮추면서 또다시 업계 최저 보수를 선언했다.
이에 자산운용업계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비판했다. 제로(0)에 가까운 수수료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회사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수를 낮춘 삼성자산운용의 미국 대표지수 ETF에 1억 원을 넣은 투자자에게 30년간 받을 수 있는 총보수가 19만 원에 그친다.
업계가 보수 인하 경쟁에 매몰되면서 정작 운용 전략을 개발하는 데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미국S&P500액티브 ETF’는 최근 1년 수익률이 48%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 ETF’는 64%를 넘겼다. 해당 ETF와 같은 기초지수를 단순 추종한 패시브 ETF보다 크게는 2배 가깝게 높은 수익을 기록하기도 한 셈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총보수 제로(0)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왔다”며 “소수점 단위 수수료 가지고 피 터지는 전쟁을 할 게 아니라, 운용사가 일부 수수료를 가져가는 걸 투자자가 인정할 만큼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이 ‘업계 최저’를 외치는 동안 정작 투자자는 실제 부담하는 비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가 홍보한 ‘총보수’와 ‘투자자 실부담 비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RISE 미국S&P500 ETF’ 총보수가 0.0047%로 업계에서 가장 낮다. 하지만 상품 운용 과정에 필요한 기타비용 등이 포함된 총보수 비용(TER)과 매매·중개 수수료율을 합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국 S&P500 지수 ETF를 예로 들면 투자자는 △KODEX 미국S&P500(0.2281%) △RISE 미국S&P500(0.1587% △TIGER 미국S&P500(0.1387%) 등의 순이다. 실부담비로 보면 이번에 수수료를 내리지 않은 ‘ACE 미국 S&P500 ETF’가 0.1755% 수준으로 KODEX 상품보다 낮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총보수 인하를 홍보하며 투자자를 눈속임할 게 아니라 ETF에 대한 투자자 실부담 비율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ETF 운용보수(expensive ratio)에 투자자가 부담할 모든 비용이 포함돼 투자자가 실부담 비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