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골자로 한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전 국민에게 25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되, 기초수급자 취약계층에는 35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연합뉴스](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13175739_2136560_1200_800.jpg)
나라살림이 갈수록 태산이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2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28조2000억 원 적자였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81조3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지표다. 거기서 큰 구멍이 났다. 정부는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91조6000억 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9%로,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기준을 이미 웃돌았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 1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나라 곳간 사정이 열악한 것은 세금은 덜 걷히고 씀씀이는 헤픈 탓이다.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30조8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기재부의 2024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부에 따르면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조5000억 원 감소했다. 예산 대비로는 30조8000억 원 감소했다. 곳간에 들어온 세금이 기대보다 30조 원 넘게 적으니 작은 문제라고 할 수 없다.
2년 연속 엉터리 세수 추계가 볼썽사납지만 적자 국채 발행을 피하는 땜질 대책 또한 큰 문제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기재부는 외국환평형기금, 세계잉여금, 불용예산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꼼수 처방이다. 외환위기까지 겪은 마당에 환율방파제인 외평기금까지 허무는 건 너무 위험한 도박 아닌가.
이 와중에 한술 더 뜨는 집단도 있다. 정치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골자로 한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슈퍼추경안이다. 전 국민에게 25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나눠주고, 기초수급자 취약계층에는 35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도 있다. 이재명 대표가 추경 편성을 전제로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한 지 보름 만이다. 식언 논란은 둘째 치더라도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매표 정책을 노골화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대선용 포퓰리즘’이라며 “정권 찬탈의 늑대 심보”라고 했다. 하지만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큰 가닥을 잡지 않았나. ‘민생 추경’이란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나라 곳간을 절박하게 돌아보지 않는 재정 불감증 측면에선 오십보백보다.
국회가 왜 할 일, 안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추경을 비롯한 민생 대책은 예산 편성권을 가진 행정부가 주도할 일이다. 여야만이 할 수 있는 국가적 과제는 따로 있다. 대외 변수에 민감한 한국 경제가 ‘블랙스완’ 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재정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다. 22대 국회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재정준칙 법제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재정준칙을 법제화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여야는 왜 이런지 국민 앞에서 당당히 설명할 수 있나. 국회가 할 일은 제쳐두고 포퓰리즘 경쟁에만 혈안이니 정치 혐오증이 증폭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