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사즉생' 다져야 할 서울시

입력 2025-02-1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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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추진 중인 역점 사업들이 줄줄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남산 곤돌라 설치와 마포 쓰레기 소각장 건립은 법적 분쟁에서 패해 제동이 걸렸고, 반포 덮개공원과 잠실마리나 사업은 규제부처인 한강유역환경청(한강청)에 ‘퇴짜’를 맞고 멈춰 섰다. 서울시는 서둘러 항소와 해명에 나서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지만, 후유증은 적잖다.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졌고, 최종 패소 시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한다. 반복된 패배는 소극행정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크다.

이토록 중요한 싸움에 임하는 서울시가 체급만 믿고 링에 오른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입지결정 취소소송에서 문제가 된 건 입지선정위원회였다. 서울시는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구 시행령)’에 따라 2020년 4월 20일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그해 12월 15일 10명의 위원을 위촉했다. 법원은 12월 8일 시행령이 개정(10일 시행)됐기 때문에 위원회 구성은 새로운 시행령을 따라야 한다고 봤다. 서울시는 시행령 개정 이전인 4일 ‘위원 위촉 및 1차 회의개최’ 계획을 수립했으니 구 시행령에 따른 위원회 구성이 적법하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요한 건 2020년 9월 11일 시행령 개정이 입법예고 됐다는 점이다. 전략 수정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악수를 둔 것이다. 이후 누구 하나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고, 마포구가 2023년 소장 제출을 앞두고 위원회 구성 하자를 집요하게 지적할 때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입지선정위원회가 타당성 조사 전문연구기관을 직접 평가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지적도 서울시가 단순한 절차를 놓친 것이다. 후환을 제거하지 않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을 자초한 꼴 아닌가.

남산 곤돌라 사업은 더 무방비였다. 한국삭도공업은 1960년대 허가권을 얻어 남산케이블카 사업을 3대에 걸쳐 독점해왔다. 1962년 계약 당시 궤도운송법에 사업 연한이 없었던 것이다. 대안으로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는데, 또 절차상 ‘빌미’를 남겼다. 삭도공업은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지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법원이 삭도공업 측 손을 들어주자 서울시는 삭도공업이 ‘김앤장’을 데리고 싸운다며 앓는 소리를 했다. 어려운 상대인 건 맞지만, “독점 체제를 바로잡고 시민 편의 증대로 공익성을 회복한다”는 서울시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할 리 없다.

한강청은 잠실마리나 사업 계획을 반려하면서 “홍수 위험, 수질오염, 하천 흐름 방해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나름 한다고 했다”고 했다. 보존에 치우친 한강청이 ‘딴지’를 건다는 시각도 있지만, 국가하천인 한강 관련 하천점용 및 환경영향평가 허가권을 가진 규제부처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건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한강에 벤치 하나 놓는 것도 허가를 받아야 할 만큼 까다로운 일이란 걸 잘 아는 서울시가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은 “적어도 10년 후 서울시 공무원 사회는 절대로 신의 직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민간기업 못지않게 경쟁해야 하며 ‘필사즉생’의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현실은 예언한 대로다. 자본과 정보로 무장한 민간은 이익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고 있다. 때가 돼 자리를 떠나면 그만인 공무원은 ‘지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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