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혼란 틈타 또 에너지 이념화할 건가

입력 2025-02-1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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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가 촉발한 첨예한 여야 대립 국면 속에서 지연되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절차가 이뤄져 사실상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전을 3기에서 2기로 축소한 내용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조정안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 사태가 촉발한 첨예한 여야 대립 국면 속에서 지연되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절차가 이뤄져 사실상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전을 3기에서 2기로 축소한 내용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조정안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부터 2038년까지의 발전설비 계획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19일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절차가 이뤄져 사실상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기본 초안은 지난해 5월 공개돼 9월 공청회까지 마쳤으나, 탄핵 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신규 원전 건설 정책 등이 계획에 담겼다는 이유로 보고 절차가 지연됐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 국내 발전설비 계획을 담은 중장기 에너지 정책이다. 2년 단위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다. 국회 보고를 거치면 산업부 산하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전기본이 확정돼야 송·배전망 건설계획을 세울 수 있고, 가스 수급계획, 수소 보급계획 등 관련된 국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원래 지난해 초 확정돼야 했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11차 전기본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 요인으로 전력 수요가 과거보다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원전, 태양광, 풍력,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요를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핵심은 신규 대형 원전 건설기 수를 3기에서 2기로 줄이고,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 2.4GW를 추가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전력 공급 중 원전 비중은 35.6%에서 35.1%로 0.5%포인트(p) 하락했다.

애초 정부가 제시한 11차 전기본 실무 안은 3기의 원전을 짓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국회 보고 지연 과정에서 야당의 재생에너지 확대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반영해 원전 1기를 줄이는 쪽으로 수정됐다. 친원전·반원전 진영대결이 물밑에서 펼쳐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실정의 하나로 지목되는 ‘에너지 이념화’ 망령이 되살아난 형국이다.

국가적으로 가장 뼈아픈 것은 시간만 허비하며 AI 등 신산업 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의 먹구름을 키운 실책도 가볍지 않다. AI 상용화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챗GPT 등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2.9Wh(와트시)로 구글 검색(0.3Wh)의 10배 수준이다. 과연 이번 전기본에 담긴 에너지 믹스로 산업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해당 기업들도 불안할 것이다. 원전 1기를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대체해 전력 피크에 차질없이 대처하려면 국내 척박한 여건에서 관련 설비 증설이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경제성 검토도 중요하다. 이런 필수적인 사전검토가 됐는지 알 길이 없다.

11차 보고 절차가 너무 늦어져 12차 전기본 초안을 짜야 할 시기가 어느새 임박했다는 점도 있다. 12차 전기본은 늦어도 내년 초 발표돼야 한다. 민간 발전업계 안팎에선 11차 전기본이 이미 유명무실해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후진국형 정치가 국가에너지 대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정책이 흔들리면 민간 발전기업의 사업 계획도 흔들린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송변전 및 양수발전 계획 실행 등도 어렵게 된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탈선으로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K-원전이 또 고빗길을 맞은 것도 우려를 더한다. 대체 뭔 심보로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어대는지, 거대 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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