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금으로 자금 쏠림…안전자산 선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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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올해에만 약 42조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경제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골드뱅킹과 달러 예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전날 기준 589조6923억 원으로 지난해 말(631조2335억 원) 이후 약 42조 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나 입·출금이 가능한 자금을 말한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만큼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르면 정기예금으로, 내리면 증권·부동산 등 투자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은행 정기예금 평균 최고 금리가 2%대 진입을 목전에 두면서 투자처를 모색하던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의 자금 이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2.95%로 2%대로 내려왔다. 지방은행에서 판매 중인 14개 정기예금의 평균 최고금리도 연 3.0% 초반 수준이다.
투자 자금은 달러,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유입되고 있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전날 기준 644억9332만 달러로 지난달 말(635억2915만 달러)보다 9억6417만 달러 지난해 말(637억 9719만 달러)보다 6억9613만 달러 증가했다.
역대급 달러 강세에도 달러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기보다 더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0.6원 내린 1437.9원으로 집계됐다.
금 투자 열풍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3곳(KB국민·신한·우리)의 전날 기준 골드뱅킹 잔액 9019억 원으로 735억 원 늘었다. 골드바 판매액의 경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취급을 중단한 영향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대 은행이 이달 1~19일 판매한 골드바는 총 820억 원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에 관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국제 금 가격이 치솟자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렸다. 특히, 골드바 주요 공급처인 한국조폐공사가 은행들에 골드바 공급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 12일 이후 판매액은 더욱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예금금리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골드뱅킹이나 달러 예금으로의 자금 이동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