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은행, 금리 인하 여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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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리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어, 은행권의 대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해 12월 취급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6%로 전년(4.73%) 대비 0.03%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10~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연 3.5%에서 3.0%로 0.5%p 인하했지만,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은 것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인상했던 가산금리가 올 초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대출을 받을 때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이유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하락을 반영하라며 연일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달 18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은행들의 신규 대출 금리와 관련해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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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은행장 간담회’ 이후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될 시기가 됐다”며 “올 1분기에는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역시 하락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3.08%로 지난해 12월(3.22%)보다 0.14%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고되면서 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지만 움직임이 더딘 모습이다. 이달 들어 KB국민은행은 일부 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0.1%p 낮춰 금리가 3.92%에서 3.82%로 내려갔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0.1%p 내렸다. NH농협은행은 12일 비대면 주담대 주기형 상품의 금리를 최대 0.6%p 인하했으며,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부수 거래 감면금리 최대한도를 기존 1.0%p에서 1.10%p로 높인다.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가운데, 은행들은 향후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출금리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됐다고 해서 대출금리를 즉시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금리 변동과 가계대출 관리 정책, 조달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