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트럼프 ‘관세 전쟁’ 암초 만난 K바이오

입력 2025-0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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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한 ‘관세 전쟁’의 칼을 빼 들었다. 당선 전부터 줄기차게 적극적인 관세 정책을 예고한 탓에 올 것이 온 셈이지만, 의약품에도 적용하겠단 뜻을 강조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9일(현지시간) “다음 한 달 안에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초 4월 2일께라고 밝혔던 시점보다 앞당겨질 수 있단 의미다. 이튿날에는 글로벌 제약사 대표들을 만나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압박했다. 그는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지난해에만 300조 원어치가 넘는 의약품이 세계 각국에서 흘러 들어갔다. 의약품은 미국이 수입하는 여러 품목 가운데 5번째로 규모가 크다.

이런 미국은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의약품을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유엔(UN) 무역통계데이터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의약품 규모는 2024년 기준 39억8000만 달러(약 5조700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3억6000만 달러(약 2조 원) 늘어난 규모이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우리나라에 수출한 의약품은 지난해 17억8000만 달러(약 2조55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2024년 기준 미국은 21억9000만 달러(약 3조1500억 원)의 의약품 무역수지 적자를 본 것이다.

미국에게 있어 한국은 의약품 수입국 16위로 아직 유럽과 같은 주요국은 아니다. 그러나 고가의 바이오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강국이자, 그 규모가 점점 증가한단 점에서 미국이 눈여겨 볼만하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을 대규모 위탁생산(CMO)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입된 국산 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은 37억4000만 달러(약 5조4000억 원) 규모로 94.2%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올해 미국에서 판매할 제품은 재고를 선제적으로 이전해 영향을 최소화하고, 상반기 중 미국 현지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의 투자 결정을 확정하겠단 계획을 공개하면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일각에선 의약품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의약품이 제외될 수 있단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의약품 관세 정책은 미국이 펼치고 있는 약가 인하 정책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은 인물인 만큼, 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것만은 명백해 보인다. 우리 기업들 역시 구체적인 정책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예의주시하며 내부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다만 관세 전쟁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미국에 맞설 우리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금까지 혼란이 수습되지 않으면서 가장 민감한 시기에 리더십이 부재한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 공백이 이어질지 확실치 않은 가운데 정부 차원의 대화와 같은 조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변방이던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주목받는 국가로 떠올랐다. 그 동력을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 관세란 벽에 부딪혀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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