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기업 경영에 부작용 우려"
증권가 "저 PBR 등 밸류업 주 투자 기회"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가시화하면서 변화가 예고된다. 경제계는 기업 경영권 위축을 우려하는 반면, 증권가는 주주환원 확대와 투자 기회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 세부내용에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만 우선 포함됐다.
경제계는 기업이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맞이한 시점에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에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 8단체는 전일 입장문을 통해 "상법 개정안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기업의 경영권 위협,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 위축 등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해 국가 경제를 밸류다운하고,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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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변화에 따른 투자 기회를 물색 중이다. 이전보다 주주환원이 더 강조되면서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업 관련 주식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화되면 주주가치 훼손 사례의 감소와 함께 주주환원 확대 및 자본 효율성 개선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배당 확대, 자산재평가, 자산 효율화, 자사주 매입 등 밸류업 관련 종목들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계에서는 기존 이사회에 대한 공격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상법 개정 시에는 해당 리스크를 축소하려는 유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지분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개인이 최대주주인 경우가 많고 PBR이 낮으며 자기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보험, 증권 업종에 관한 관심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되는 만큼 시행 전까지 단기적으로는 대주주의 지분 확보나 자기주식 매입 등 미리 지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진과 주주 간의 이해 상충을 심화할 우려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주주가 배당 증액을 넘어 자사주 소각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우가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주주-경영진의 이해 상충, 주주 간 경영권 분쟁, 적대적 M&A 시도가 늘어나는 등의 장애물은 자본 효율화를 이룩하는 길에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