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크라테·스토닉 모델 인기
중국서 생성형 AI 탑재 전기차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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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그간 주력했던 북미시장을 넘어서 튀르키예, 브라질,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지 투자를 늘려 수출 거점을 강화하거나 맞춤형 차종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26일 현대차그룹의 ‘2025년 권역별 판매 계획’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판매 증가율을 △아시아·태평양(전년 대비 4.1%) △아프리카·중동(2.2%) △중남미(1.6%) △북미(0.8%) 순으로 늘리겠다고 정했다. 기아도 같은 기간 △아태(4.4%) △아중동(3.9%) △중국(3.9%) △중남미(1.4%)의 판매율을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최근 튀르키예 현지 법인 명칭을 기존 ‘현대아산’에서 ‘현대모터 튀르키예’로 변경했다. 튀르키예 법인은 1997년 현지 기업 키바르홀딩과 50대50 합작 형태로 설립됐으나, 현대차가 투자를 늘리며 2021년 97%의 지분을 확보했다.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의 설립 초기 생산 능력은 5만 대에서 2006년 10만대, 2013년 21만대로 네 배 이상 증가했고 현재 24만5000대까지 확대됐다.
올해 현대차는 현지 공장을 활용해 유럽을 중심으로 40여 개국에 차량을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튀르키예 공장은 지속적인 투자와 생산성 증대 작업으로 현대차의 유럽 진출 관문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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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 최대의 자동차 시장 브라질도 현대차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브라질은 매년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도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남미 전략 모델로 사탕수수에서 추출이 가능한 에탄올과 휘발유를 섞은 혼합연료차량(FFV) ‘HB20’, 도로 사정을 고려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내세워 현지에서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기아의 K3도 ‘2025 남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고, 소형 하이브리드 SUV 스토닉도 인기 모델로 꼽힌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 브라질을 직접 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만나 2032년까지 11억 달러(약 1조58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 현지 전동화 사업에 투자함과 동시에 수소와 첨단항공모빌리티(AAM) 등의 미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룹은 내수시장이 탄탄한 중국에도 꾸준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현대차는 베이징자동차(BAIC)와의 합작 중국법인 베이징현대를 통해 올 하반기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 ‘하오모’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현지 공략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5종의 신차를 개발한다. 앞서 현대차는 BAIC와 각각 5억4800만 달러씩 총 10억9600만 달러(약 1조57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중국 상하이에 자본금 약 422억 원을 출자해 AI 사업 법인 ‘현대코모기술유한회사’도 설립했다. AI 법인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 대비,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차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 개발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2025 주주서한’을 통해 “중국 시장은 초과 공급으로 인해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에게 도전 과제가 되고 있지만, 현대차는 제품 믹스, 판매량, 브랜드 가치 향상 기회를 찾고자 심층적인 시장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의존도 높았던 북미 시장에서 눈을 돌려 적극적으로 신흥 시장을 공략하는 등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자동차 관세 부과가 예고된 시점에서 미국을 제외한 판로 다변화는 필수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모든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투자 등 중장기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