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환각 극복하나…인간처럼 적응한다
기존 모델보다 31% 더 정확한 ‘뇌 기반 AI’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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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기존 AI의 한계로 지적되던 '환각(AI가 허위·거짓 정보 혹은 편향된 사실을 진짜인 것처럼 생성하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이상완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정민환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의 실험을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일관된 행동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본인의 가설을 스스로 의심하고 검증하면서 환경 적응력을 높인 뇌과학적 원리를 AI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AI는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확률적으로 생성해, 한 번 학습한 정보는 무조건 맞는다고 확신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인간의 뇌는 자신의 판단을 지속해서 검증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기존의 가설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팀은 이 같은 가변적인 뇌과학 원리를 AI에 융합할 수 있는지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2단계 의사 결정 실험 △확률 기반 선택 실험 △미로 탐색 실험 △뇌 신경세포 억제 실험 등을 거쳤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뇌처럼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수정하는 AI 모델'을 제안했다. 이 AI 모델은 가설의 예측 오류 가능성을 바탕으로 행동 전략을 비대칭으로 바꿨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이 AI 모델은 챗GPT, 딥시크 등 기존 AI보다 평균 15%, 최대 31% 더 정확하게 행동을 예측하는 성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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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뇌과학·인공지능 융합 연구로서 실제 분야에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맞춤형 교육 커리큘럼 디자인, 인사 채용(HR) 시스템, 인간·컴퓨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 책임자인 이상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의 강화 학습 이론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뇌의 가설 기반 적응 학습 원리를 밝혀낸 흥미로운 사례ˮ라며 "스스로 의심하고 검증하는 뇌과학 이론을 대규모 인공지능 시스템 설계와 학습 과정에 반영하면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ˮ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엔 뇌인지공학 프로그램 양민수 박사과정 학생이 1저자, 생명과학과 정민환 교수가 공동 저자, 뇌인지과학과 이상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해당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2월 20일 자로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SW스타랩, 한계도전 연구·개발(R&D) 프로젝트,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및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