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SNS' 좀 뺏어주세요 [솔드아웃]

입력 2025-03-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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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플랫폼이 일상이 되면서 기업의 소통 능력도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제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 및 소비자의 충성도가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이에 요즘 기업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소통에 심혈을 기울이곤 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SNS 채널을 활용하는 겁니다. 현대오토에버는 이미 '인스타그램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각종 밈을 섭렵해 홍보에 활용하면서 인스타그램 측의 의심을 받고(?) 계정이 수차례 정지된 전적도 있습니다. '기업의 공식 계정을 사칭하면 안 된다'는 인스타그램의 제재를 받은 건데요. 공식 계정임에도 공식 계정을 사칭하지 말라는 황당한 경고를 계속 받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쯤 되면 활동 정지가 콘텐츠인 기업"이라는 말과 함께 웃음이 나왔죠.

현대자동차는 서브 SNS 브랜드 '르르르'로 18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뚜벅이(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콘셉트, 자동차의 단단하고 빠르다는 속성과는 정반대인 민달팽이 캐릭터 등이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인데요. '르르르' 계정은 '○호선의 노래', '내 맘대로 현차 리뷰' 등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웃음 코드를 공략하는 등 친근한 소통을 이어간다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효율적으로 쌓아갈 수 있습니다. 젊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친숙함을 느끼고 충성 고객이 될 가능성이 증가할뿐더러, 팬덤을 형성해 자발적인 홍보 활동을 유도하는 등 바이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데요. 반면 소비자들의 심리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실수를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맹점도 있습니다.

실로 최근 들어 SNS 활동으로 소비자들 사이 호감도가 급락한 브랜드가 적지 않습니다. 섣부른 발언이 논쟁의 불씨가 되거나, 트렌드를 잘못 이해하면서 되레 조롱만 당한 사례도 발견되는데요. 일각에서는 "제발 이들에게서 SNS 좀 뺏어달라"는 호소가 나오죠.

▲(출처=글로시에, 펜티 뷰티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글로시에, 펜티 뷰티 공식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으로 젠지 선택받았다…릴스에 뜨는 '그 브랜드'들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광고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일단 SNS를 활용하면 소비자들과 직접,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데요. 기존 TV 광고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특정 연령대나 관심사를 기반으로 세밀한 타겟팅이 가능합니다. SNS에서 본 제품을 바로 구매하는 소셜 커머스가 활성화되면서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매출 증가로도 연결할 수 있죠.

다양한 분야 중 특히 뷰티 업계는 SNS 없이는 마케팅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주얼 중심의 콘텐츠가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바이럴과 트렌드 형성 속도도 빠르기에, SNS에서 한 번 뜨면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유행이 일죠.

팝스타 리한나가 2017년 론칭한 펜티 뷰티(Fenty Beauty)가 단순한 셀럽 브랜드가 아닌, 뷰티 업계의 판도를 바꾼 브랜드로 평가받는 데에도 SNS의 공로가 있었습니다. 펜티 뷰티는 40가지 이상의 색상을 자랑하는 파운데이션을 출시하면서 치열한 뷰티 업계 경쟁에 뛰어들었는데요. '모든 인종이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포용성을 메인 캠페인으로 설정한 겁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파운데이션 제품들은 밝은 피부색을 위한 몇 가지 컬러에 불과하면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펜티 뷰티의 등장 이후 다른 브랜드들도 다양한 피부 톤을 위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펜티 뷰티의 전략은 '펜티 효과'(Fenty Effect)로까지 불리게 됐는데요. 펜티 뷰티는 2018년 한 해 미국 내 화장품 매장에서만 5억5000만 달러(한화 약 7997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펜티 뷰티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들과 협업, 다양한 피부 톤의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을 리뷰하면서 '모든 피부 톤을 위한 제품'이라는 포용성 전략도 입소문을 탔죠. 브랜드 공식 SNS 계정에서도 일반 사용자들의 후기를 리포스트하면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리한나가 다양한 뷰티 제품을 써보면서 '내 피부 톤에 맞는 제품이 부족하다'는 문제 의식을 반영해서 만든 브랜드인 만큼, 신뢰도도 더했습니다.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사용, 광고에 등장했는데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펜티 뷰티의 제품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펜티 뷰티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사업이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둔 탓에(?) 리한나가 가수 활동을 안 한다는 팬들의 한탄이 이어질 정도입니다.

셀럽 없이 SNS만으로 젠지의 브랜드로 떠오른 곳도 있습니다. 글로시에(Glossier)는 패션 매거진 에디터 출신 에밀리 와이스가 설립한 브랜드인데요. 그는 뷰티 블로그를 통해 체감한 트렌드와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2014년 글로시에를 설립했고, 인스타그램을 핵심 채널로 활용하면서 소비자와 직접 소통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User Generated Content)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마케팅 요소로 활용했죠.

글로시에는 패키지 디자인도 핑크와 화이트 컬러를 활용해 간결하면서도 트렌디한 감성을 주는데요.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강조하는 브랜드 이미지와도 어우러져 인기를 끌었습니다. Z세대 사이에서는 팬덤도 형성됐습니다. 제품을 사면 함께 주는 스티커, 브랜드 로고가 적힌 텀블러 등도 '글로시에 감성'으로 유행했으니까요.

글로시에는 한국에는 공식 진출을 하지 않은 터라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여행 시 들러야 하는 명소(?)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최소한의 메이크업과 맑고 깔끔한 스타일을 강조하는 '클린 걸'(Clean Girl Aesthetic) 트렌드에서도 글로시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출처=스레드, X 캡처)
▲(출처=스레드, X 캡처)

SNS 못 잃어서 역풍 맞기도…실패한 마케팅 사례는?

국내 브랜드들도 SNS를 활용해 코덕(코스메틱 덕후)들과 직접 소통합니다. 플랫폼 특성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전개해 눈길을 끌죠. 사진이나 영상 중심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선 피드의 톤앤매너를 맞추는 등 감각적인 비주얼을 강조하는 데 힘쓰는데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는 질의응답(Q&A), 투표, 카운트다운 기능을 활용해 즉각적인 소통을 꾀합니다.

반면 빠르게 유행을 타고 소비자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X(옛 트위터)에서는 밈을 활용해 소비자들과 더욱 친밀하게 소통하면서 거리감을 좁히려 드는데요. 소비자들의 유용한 의견을 발견하면 곧바로 새 게시물에 반영하는 재빠른 피드백도 내놓습니다. SNS 채널 담당자 '롬지기'의 '열일'이 돋보이는 롬앤, 소비자들을 '헴님'으로 부르며 웃음을 주는 헤메코랩 등이 X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SNS로 흥한 브랜드가 많은 만큼, SNS 때문에 소비자들이 등 돌린 브랜드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다이소에도 입점하면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비건 뷰티 브랜드 딘토는 대표의 SNS 글 하나가 문제가 됐습니다. 최근 딘토 대표는 자신의 스레드에 "모델 관련으로는 우선 믿고 기다릴 것"이라며 "확실하지 않은 것에 흔들리기보다 우선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글을 게재했는데요. 이는 사생활 관련 물의를 빚은 김수현과 관련된 글로 해석됩니다. 딘토는 지난해 8월 배우 김수현을 모델로 기용한 바 있죠.

문제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최근 유족의 주장을 인용해 고(故) 김새론이 15세였던 2015년부터 김수현과 6년간 교제했으며, 2022년 음주운전 사고 당시 소속사의 대처가 부당했다는 취지의 영상을 게재하면서 파문이 인 상황이라는 겁니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그루밍 범죄'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확산하는 중인데요. 단순 열애설로도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델을 믿고 기다려 볼 것'이라는 취지의 게시물엔 시선이 쏠리기 충분했습니다.

비판이 쏟아지자 대표 측은 "혼란과 불편이 야기된 책임을 통감한다"며 "현재 모델 관련 모든 일정은 보류한 상태"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내가 사랑하던 딘토를 잃었다"는 일부 코덕들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간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은 모양새죠.

결국 딘토는 13일 공식 계정을 통해 "현재 논란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사실관계 확인 여부에 따른 상황별 당사 대응을 마련해뒀다"면서도 "다만 계약상 소속사의 공식 입장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기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소비자와의 기 싸움으로 황당함을 자아낸 곳도 있습니다. Z세대 사이 외출 필수 코스로 통하는 무인 사진관 브랜드 '포토시그니처'는 돌연 소비자에게 반말(?)을 해 X에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기분이 상한 소비자가 반말을 지적하자 "반말하는 게 장난치는 문화인 줄 알았다", "넵~", "즐거운 주말 되십쇼잉!" 등 가벼운 답글로 뜨거운 감자가 됐고, 네티즌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사과,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출처=롬앤, 헤메코랩 공식 X)
▲(출처=롬앤, 헤메코랩 공식 X)

트렌디한 젠지 브랜드 vs 실패한 마케팅 사례…쟁점은 SNS 활용법

SNS 마케팅이 필수적인 시대라지만, 잘못된 전략을 쓰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인데요.

K뷰티와 패션 등 한국 브랜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문화적 감수성도 챙겨야 하고, 브랜드의 개성과 맞는 소통 방식도 찾아야 한다는 부담은 물론 작지 않습니다. 게다가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트렌드에 얹혀 가는 게 아니라 트렌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브랜드를 원한다는 어려움도 있는데요. 자칫 공감을 사기는커녕 불매 운동을 촉발할 수도 있어 기업과 브랜드의 고민은 나날이 커져만 갑니다. 결국 어떻게 소비자와 소통할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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