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상태 우려에도 강행”...프로축구연맹의 K리그 개막 ‘무리수’

입력 2025-03-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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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모습. 연합뉴스 (연합뉴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모습. 연합뉴스 (연합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논두렁 잔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잔디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시기에 경기를 치른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경기장 활용 등 대안이 있었음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용을 고수한 프로축구연맹의 ‘최종 판단’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프로축구연맹이 ‘2025시즌 K리그1(1부)’ 개막을 예년보다 16일가량 앞당긴 것이 잔디 상태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동절기는 이상기후 여파로 이례적 한파가 3월 초까지 지속됐다. 올 2월 평균기온은 영하 1.2도로 평년 대비 1.9도 낮았다. 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회 시설 및 잔디 전문위원이었던 최준수 전 단국대 녹지조경학과 교수는 “토양이 결빙 온도 이하로 지속될 때 땅속의 잔디 뿌리는 역할을 전혀 못하는 상황”이라며 “휴면을 해야하는 그런 상태에서 사용하는 건 잔디를 죽이는 것이고 복구도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관리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작년 겨울 잔디는 이미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며 “특히 상암 경기장 남쪽 측면은 겨울 내내 햇볕이 하나도 안 들기 때문에 자연상태로 3월 말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 같은 우려를 연맹 측에 계속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월엔 잔디가 전혀 생육할 수 없는 시기로 3월 전 상암은 경기를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무리하게 시즌을 진행하면 잔디 훼손 장기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1월 연맹 측은 2월 개막 일정을 확정하고 서울시에 통보했다. 연맹 관계자는 “K리그 일정은 날씨뿐 아니라 국제대회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4월 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ACL) 엘리트 토너먼트, 6월 FIFA 클럽월드컵,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등을 고려해 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2022년 2월 개막 선례가 있다는 점, 비슷한 시기 프로축구 K리그2(2부) 경기를 치른 목동종합운동장 잔디 상태가 멀쩡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2022년 2월 개막은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했고 서울 경기는 3월 중순에나 치러졌다”며 “목동 종합운동장은 덮개가 없어 통풍, 채광이 좋고 경기 수나 활용 면에서도 상암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의 우려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26개팀이 있기 때문에 경기장 한 곳의 잔디 상태가 안 좋다고 해서 개막 일정을 바꿀 수는 없다”면서 “정말 상태가 안 좋으면 다른 경기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선택지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2일 개막일을 전후해 잔디 상태 문제는 여전했지만, 연맹은 끝내 상암 경기장 이용을 강행했다. 연맹 관계자는 “경기 3~4일 전 구단으로부터 사진을 받아서 모니터링 했고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첫날 뛰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았고 두 번째(2차, 3월3일) 경기 때 더 악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한파가 지속됐는데 경기장을 남부 지역으로 당연히 바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 교수는 “기후변화는 예측 불허라는 특징이 있다”며 “런던에서는 몇 조원을 들여 실내구장을 지었고 상암 구장 관리비의 10배 이상을 들이고 있다”며 “비용을 지불해 이상기후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든지 아니면 지역을 이동해서 해야지 무리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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