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텍을 활발히 인수합병(M&A)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인수를 통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등 잠재력이 큰 신규 파이프라인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이 유망 바이오텍을 인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벨기에의 바이오기업 에소바이오텍을, BMS는 미국 생명공학기업 2세븐티바이오(2seventy bio)를 각각 낙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인수를 통해 세포치료제 연구·개발(R&D)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소바이오텍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전문 바이오텍으로, 고도로 표적화된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하는 ENaBL(Engineered NanoBody Lentiviral)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수 주가 소요되는 기존 세포치료제 투약 절차를 수 분 내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아스트라제네카의 기대다.
계약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는 최대 10억 달러(약 1조4542억 원)에 에소바이오텍의 모든 발행 주식을 인수한다. 4억2000만 달러(약 6106억8000만 원)의 선금과 향후 개발·규제 마일스톤 달성 시 지급되는 5억7500만 달러(약 8360억5000만 원)가 포함된 금액이다. 인수 절차는 올해 2분기 안에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 에소바이오텍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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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S도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2세븐티바이오는 2013년부터 BMS와 B세포 성숙화 항원(BCMA) 표적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 또 미국 시장에서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아베크마(성분명 이데캅타진 비클류셀)를 공동으로 개발해 출시했다.
앞서 2세븐티바이오는 지난해 2월 미국 리제네론에 면역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 8개를, 같은 해 6월에는 노보노디스크에 A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각각 매각한 바 있다.
BMS는 2세븐티바이오의 모든 발행 주식을 주당 5달러(7267원), 총 지분가치 약 2억8600만 달러(약 4157억100만 원)에 인수한다. 2세븐티바이오가 현금으로 1억8400만 달러(약 2674억8080만 원)를 보유해, 실제 BMS가 인수에 투입하는 비용은 1억200만 달러(약 1482억7740만 원) 수준이다. 올해 2분기 안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1월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위장관기질종양(GIST)을 표적하는 KIT 저해제 후보물질을 보유한 IDRx를 총 11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바 있다. 존슨앤드존슨도 조현병·양극성 장애 치료제 카플리타를 보유한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인트라-셀룰러 테라피스를 146억 달러(약 21조 2196억4000만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기업들의 M&A는 더욱 활기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에서 그간 고금리·고물가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로 다시 살아나고 있어서다. 혁신과 효율을 중요시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2017년부터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임상연구 승인 건을 보면, 이전과 비교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언급한 만큼, 기업들이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M&A를 활발히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