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대형마트 덮친 ‘규제 부메랑’

입력 2025-03-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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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생활경제부 기자
▲김지영 생활경제부 기자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잡아먹을 거라고 우려하던 때가 있었다. 2010년대 폭풍 성장하며 공격적 출점을 하는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들을 보며 전통시장의 소상공인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렇게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한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됐다.

규제에 따라 대형마트는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어 심야와 새벽 시간대 영업이 불가능했고,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해야 하는 제한도 생겼다. 영업 제한 시간과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형마트를 향한 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결과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통시장은 주류에서 점점 밀려나 이제는 쇼핑 그 자체보다는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답변은 16.2%에 그쳤다. 응답자의 절반인 49.4%는 집 근처 슈퍼마켓이나 식자재 마트,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고 했고 33.5%는 문 여는 날에 맞춰 마트를 방문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전통시장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지며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일부 풀렸지만 아예 없어지진 않았다. 규제가 지속하는 사이 쿠팡은 지난해 40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유통업계 1위로 우뚝 섰다. 전통시장을 잡아먹을 줄 알았던 대형마트가 오히려 이커머스의 강력한 추격을 받는 위치로 전락한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는 물론 최근에는 알리,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까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현실을 또 한 번 보여줬다. 물론 홈플러스의 몰락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 탓도 있겠지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장 변화의 흐름을 피하지 못한 영향도 적지 않다.

이처럼 대형마트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규제는 계속 남아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박혀있다.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은 뚜렷한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장애물로 남게 된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규제가 진화하지 못한 결과는 한 기업이 망하는 데 일조할 정도로 치명적인 부작용까지 낳았다.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규제를 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과거의 정책이 지금의 환경에 더 이상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설령 그때는 맞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틀릴 수 있고, 어제의 1등이 영원한 1등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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