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성이 좋았다면 미국의 수많은 메이저 기업들이 이미 투자했겠지 다른 나라에 투자를 요청하겠어요?"
지난달 초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의향을 밝힌 직후, 국내 한 투자 전문가가 기자에게 처음으로 뱉은 말이다. 그는 기업인이라면 사업의 안정성과 경제성, 향후 정책 변동성까지 고려했을 때 이 프로젝트는 손대면 안 되는 사업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조차 경제성 등을 이유로 개발을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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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참여 의향을 밝히며 트럼프의 환심을 산 데 이어 최근 대만은 한발 더 나아가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하며 참여를 공식화했다.
한국도 참여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 세일즈를 위해 한국을 찾은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정부 측 인사를 만나 투자 협의를 논의했다. 정부는 자료 등을 통해 '협력 강화' 등을 언급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알려진 장단점은 명확하다.
미국산 LNG 수입을 늘려 한미 무역수지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고, 에너지 도입선을 다변화해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으며, 짧은 거리로 운송비에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올라타 동맹국의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
반면, 64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비와 혹독한 개발 환경, 미국의 정치적 요인은 물론,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엑손모빌의 선택이 맞을 수도 있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강력한 협상 카드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고민을 해볼 만하다.
현대차그룹의 31조 원 미국 투자 결정이 정의선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핑크빛 투샷을 이끌어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기업이 아니다. 돈만 놓고 따질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몽니'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안보 우려 등도 현실이다.
정부가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심사숙고(深思熟考)'다. 참여 여부에 대한 심사숙고에 더해 참여를 결정한다면 얼마만큼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사숙고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