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병원의 모든 것을 우즈베키스탄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인천 남동구 인천힘찬종합병원에서 26일 만난 딜푸자 팀장은 한국 병원 설비와 시스템을 모국에서 구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힘찬병원에서 근무 중인 딜푸자 영상의학팀장은 지난해 병원이 개최한 제1회 한국어 말하기대회에서 우승해 이번 한국 연수 기회를 얻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의료현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체계가 한국에서는 당연한 듯 잡혀있는 것이 놀라웠고, 돌아가서 동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본지는 한국의 병원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인천힘찬종합병원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힘찬병원 소속 딜푸자 팀장과 이크볼라 행정총괄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두 사람은 이달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 간 국내에 머물면서 한국 병원 각 분야의 기능과 운영 방식을 살펴봤다.
병원 영상촬영을 담당하는 딜푸자 팀장은 병원 내 장비 관리와 촬영 방식에 놀라움을 표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달리 방사선사에 대한 자격 관리 제도가 없다. 체계적인 교육 기회를 얻기 어렵고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보고 들은 정보에 의존하는 셈이다. 연수에서는 지난해 우수힘찬인으로 선정된 남기항 영상의학과 팀장이 영상검사의 기본과 노하우를 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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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푸자 팀장은 “영상의학과 의료진과 함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엑스레이(X-Ray) 등 모든 장비를 둘러보고 설명을 들었다“라며 “촬영할 때 적합한 환자의 위치와 자세에 대해서도 더욱 잘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환자안전 관리 체계도 생소하게 다가왔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지만, 한국 병원에서는 숨 쉬듯 당연한 원칙으로 준수되고 있어서다. 두 사람의 연수를 도운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이사장은 “욕창 예방을 위한 포지셔닝이나 낙상 방지 등 기본적인 환자안전 개념이 잡혀있지 않아, 부하라 힘찬병원이 현지에 처음 이를 도입하고 직원들을 교육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크볼라 총괄은 “병원 전체의 의료서비스 질과 환자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QPS(Quality Improvement & Patient Safety)실이 운영되는 것이 인상적이다”라며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환자들이 병원에 방문했을 때 더욱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끼도록 QPS를 도입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환자 접수와 수납 등 행정 업무 체계도 한국 병원시스템의 장점으로 꼽혔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접수창구 구조, 초진 환자와 재진 환자를 구분하는 시스템 등이 우즈베키스탄과 다른 특징으로 지목됐다.
딜푸자 팀장은 “안내표시와 직원들의 도움으로 환자들은 병원에 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병원 내에서 환자의 동선과 경험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모든 환경이 환자를 위해 조성된 모습이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크볼라 총괄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초진 환자와 재진 환자를 구분 없이 접수하고, 환자 이름이 길어서 명확한 철자를 적는 데 시간이 걸린다”라며 “한국의 프로세스를 도입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크볼라 총괄과 딜푸자 팀장은 부하라에 돌아가 동료들에게 한국 병원시스템을 설파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이크볼라 총괄은 6명 규모의 행정팀을, 딜푸자 팀장은 5명 규모의 영상의학팀을 이끄는 리더다. 두 사람은 부하라 힘찬병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병원 초기 정착과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일터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쌓았다.
딜푸자 팀장은 “의료진은 환자가 없는 시간에도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환자에게 자랑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동료들과 공부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크볼라 총괄은 “각 부서에 기존 직원들은 물론, 새로운 구성원이 합류했을 때도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확립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두 사람이 속한 부하라 힘찬병원은 힘찬병원이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州)와 협업해 2019년 11월 100병상 규모로 설립했다. 현재 의료진 포함 약 90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현지 환자를 국내에 초청해 치료하는 ‘힘찬의료나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박 이사장은 “부하라 힘찬병원을 거점으로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전수하고, 현지 의료의 질적 성장을 돕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초청 연수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 연수 기회를 부여해 역량 개발을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