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가 31일 재개된다. 17개월 만의 귀환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보유하지 않은 종목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고 주가가 내려가면 이익을 내는 거래 방법이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본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눈엣가시다. 공매도가 늘어나면 소유 주식의 하락 압력이 커지는 탓이다. 더욱이 개인투자자 접근이 어렵고 주로 기관·외국인이 활용하는 까닭에, 시장을 교란하는 ‘그들만의 놀이터’로 인식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불만도 크다.
정부는 2023년 11월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근절하고자 공매도 전면 금치 조치를 내렸다. 국내에선 공매도 전에 반드시 해당 종목을 빌려와야(대차) 하며, 빌리지 않고 매도한 무차입 공매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 당시 HSBC 등 홍콩 소재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돼 여론이 들끓었다.
1400만 명 넘는 개인투자자 대다수가 공매도를 싫어하는 만큼 당국의 금지는 거의 언제나 개인투자자의 박수를 끌어낸다. 1년 5개월 전에도 그랬다. 문제는 이 금지 조치가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반한다는 사실이다. 공매도가 때로 금융시장을 어지럽힌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개는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는 것을 감시하고 적정한 주가 형성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시장 유동성을 늘려주는 것도 큰 장점이다. 순기능이 큰 것이다. 선진국 증시가 대부분 공매도를 채택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그런 제도를 툭하면 금하기 일쑤다. 거의 예외 없이 증시 신뢰 회복이나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엔 다른지 의문이다. 2023년 11월 금지 또한 이듬해 4월 총선에서 표심을 얻기 위한 포석이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애초 약속과 달리 공매도 금지를 두 차례 연장했던 전례도 있다. 한심하고 낯뜨겁다. 한국과 같은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가 위기 상황도 아닌데 1년 넘게 공매도 금지로 일관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2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공매도 금지라는 이름의 극약처방은 시장 왜곡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신인도 등의 피해도 크다. 역대 정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해 왔지만 매번 물거품에 그쳤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개중 하나는 공매도 난맥상이다. MSCI는 지난해 한국 증시의 ‘공매도 접근성’ 성적을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바꿨다. 또 적신호를 보낸 셈이다. 공매도의 귀환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들만의 놀이터’,‘기울어진 운동장’ 인식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불법·반칙은 용납돼선 안 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못 담근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정한 규제, 불법 적발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하니 31일부터 제대로 작동되길 바란다. 그래야 공매도가 엉뚱하게 정치 이슈로 오남용되는 관행 아닌 관행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