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옥 칼럼] 지속가능성이 연금의 생명이다

입력 2025-03-30 18:3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포퓰리즘으로 애초 주먹구구 설계
기금고갈 땐 재정 풀어도 못 메꿔
청년미래 담보한 불장난 멈추어야

국민연금의 첫 법제화는 1973년 12월에 제정된 국민복지연금법이다. 그러나 시행을 미루어오다가 국민연금법으로 개정하면서 1988년 1월 1일부로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으나 그 이후에는 빠르게 증가하여 2024년 11월 말에는 2100만여 명으로 가입대상인구(18~59세)의 73%가량에 이르렀다. 2024년 말 국민연금기금의 총액은 1212조9000억 원으로 국내채권(11.5%), 국내주식(35.5%), 해외채권(28.4%), 해외주식(7.3%) 등에 투자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일천한 국민연금 역사는 지속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 그 자체였다. 1988년 처음 도입할 때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 수급개시연령을 60세로 정하였다. 연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가운데 연금제도를 빨리 정착시키려는 노력의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보험료율과 반대로 지나치게 높은 소득대체율 때문에 빠르게 적자가 나고 장차 기금이 소진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93년에는 보험료율을 6%로 인상하였다. 1998년에는 보험료율을 다시 9%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60%로 10%포인트(p) 인하하였으며 수급개시연령을 65세로 5년 연장하였다. 외환위기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였으니 별다른 저항이 없었으며 좀 더 철저하게 개혁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다시 2007년에는 소득대체율을 40%로 물경 20%p나 인하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국회가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동시에 소득대체율 또한 43%로 끌어올리는 소위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점이 10년 정도 뒤로 미뤄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국민연금의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기적립식(fully funded system)이다. 이는 스스로 적립한 보험료의 원금과 이자를 수급개시연령에 다다르면 매년 나누어 지급받는 방식이다. 두 번째 유형은 청년부양식(pay-as-you-go system)이다. 이는 청년세대로부터 보험료를 거둬 정해진 연령 이상의 노인세대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정하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이 이에 속하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청년부담식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구성의 안정성이다.

연금기금이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자기적립식의 경우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유형의 문제는 개인이 스스로 적립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의 의문이다. 결국 국가가 기금을 더 잘 운용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리조직의 비대화와 행정비용 등을 고려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와 기금을 운영하는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대리인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청년부양식의 경우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인구증가율을 포함한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여 매우 까다로운 방식으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정하여야만 한다.

그런데 이 방식의 경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정치인의 손에 달려 있으니 언제라도 표를 위해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애당초 지속가능성을 무시한 채 연금제도가 설계되었으며 당시의 민주화 분위기와 함께 인기영합적인 분위기가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합의하여 연금개혁을 이루었다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연금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만일 연금이 파탄 난다면 1997년 12월의 외환위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위기가 찾아올 뿐만 아니라 그 후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연금의 생명이다. 그리고 사회 안전의 바탕이다.

염려스러운 것은 재정적자 또한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연금기금이 고갈될 때쯤이면 재정을 풀어 해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할 지경이 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청년의 미래를 담보로 한 불장난을 멈추라고 외치고 싶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尹 탄핵사건, 4일 오전 11시 생중계 선고…역대 최장 심리 기록
  • 장제원 전 의원 사망…강동구 오피스텔서 발견
  • ‘14명 아빠’ 일론 머스크, 또 한국 때린 이유 [해시태그]
  • "벚꽃 축제 가볼까 했더니"…여의도 벚꽃길, 무사히 걸을 수 있나요? [이슈크래커]
  • 김수현, 카톡 공개에 되레 역풍?…'김수현 방지법' 청원도 등장
  • [트럼프 상호관세 D-1] ‘기울어진 운동장’ 안 통했다…韓 IT업계 촉각
  • "신혼부부의 희망?"…'미리내집'을 아시나요 [왁자집껄]
  • "지브리 풍 이렇게 인기인데"…웹3, 애니메이션으로 돌파구 찾을까 [블록렌즈]
  • 오늘의 상승종목

  • 04.0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4,460,000
    • +1.17%
    • 이더리움
    • 2,785,000
    • +2.5%
    • 비트코인 캐시
    • 462,400
    • +3.45%
    • 리플
    • 3,190
    • +2.47%
    • 솔라나
    • 189,800
    • +1.44%
    • 에이다
    • 1,006
    • +4.25%
    • 이오스
    • 1,019
    • +10.16%
    • 트론
    • 350
    • +0%
    • 스텔라루멘
    • 408
    • +3.03%
    • 비트코인에스브이
    • 47,990
    • +2.74%
    • 체인링크
    • 20,860
    • +4.67%
    • 샌드박스
    • 410
    • +1.7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