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
추경 소식 겹쳐 채권시장 강세
코스피 포함 亞증시 일제히 하락

안전자산인 채권 몸값이 3월 마지막 거래일 날 강세를 보였다. 미국의 관세 폭탄 부과 시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상호관세를 발효한 뒤 각국과 개별 협상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를 수립할 계획이다. 관세 부과에 따른 경기 위축과 금융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 최종호가수익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5bp(1bp=0.01%포인트) 내린 2.792%에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2.756%에서 28일 2.727%로 내린 데 이어 최대 낙폭이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국채 가격은 모든 구간에서 상승했다.
국채 가격이 오른 것은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13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1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소식이 채권 시장 강세로 작용했다. 소규모 추경인 만큼 추가 추경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10조 원의 세부 내역과 자금 조달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 예상에 비해 적은 규모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이번 추경을 시작으로 추가 추경이 이어질 수 있다. 2차 추경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하반기 중 금리 하락 폭은 일시적으로라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고 10년물은 20조 원대의 추경을 반영한 상태로 가장 저평가된 구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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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28일(현지시각) 전날보다 11bp 하락한 4.26%로 마감했다. 이날 국채 10년 금리는 장중 4.1% 코앞까지 굴러떨어졌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도 9bp 하락했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담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날 국내 코스피 지수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3.00% 하락한 2481.12로 2500선 아래에서 마감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05% 하락한 3만5617.56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만 가권지수가 4.20% 빠졌고 홍콩 항셍지수 역시 1.12% 하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13일 1483.50원) 이후 최고치인 1472.90원에 마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 행정부는 더 공격적인 태도를 요구하며, 더 광범위한 국가에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계획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계획보다 더 광범위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뜻”이라며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경기가 관세로 인해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 달 2일 관세 발표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다시 지피는 뇌관으로 작동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지연되면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관세 부과는 결국 가격 상승을 불러와 소비 둔화를 가속화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국채 가격, 금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 국채는 포트폴리오를 방어할 수 있는 대표적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 침체가 예고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증시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증시가 그동안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부 개별 종목만 부진한 영향에 놓이고, 그동안 공매도 금지로 가려졌던 수급 투명성이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