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5000엔 선 내려가면 ‘이중 바닥’ 가능성도”
트럼프 ‘상호관세’, 경제지표 발표 앞두고 긴장 고조
중국증시, 국유은행 자본 투입 정책에 낙폭 제한

아시아증시는 31일 일제히 하락했다. 주말 동안 미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여파다. 일본증시는 4% 넘게 떨어지면서 3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고, 중국증시는 반락하자마자 다시 떨어졌다.
일본증시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02.77엔(4.05%) 급락한 3만5617.56엔에, 토픽스지수는 98.52포인트(3.57%) 떨어진 2658.73에 마감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15.56포인트(0.46%) 내린 3335.75에, 대만증시 가권지수는 906.99포인트(4.20%) 내려앉은 2만0695.90에 거래를 마쳤다.
오후 4시 16분 현재 홍콩 항셍지수는 239.75포인트(1.02%) 하락한 2만3186.85에, 인도 센섹스지수는 191.51포인트(0.25%) 내린 7만7414.92에, 싱가포르 ST지수는 9.14포인트(0.23%) 밀린 3972.43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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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상 하락한 닛케이지수는 7개월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말 사이 미국에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해외 및 중장기 투자자 매도까지 이어진 결과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다는 신호가 됐다.
미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 지표가 나빠지자 투자자 심리가 일제히 악화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평가했다. 미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일본 경제가 무사했던 적이 없기 때문에 내수 주식이라도 매수할 요인이 없었던 것으로, 오히려 매도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필립증권의 마스자와 타케히코 주식부 트레이딩 헤드는 “단기 투자자 매도만으로 이렇게 하락하지 않는다”며 “지방은행 등 중기 투자자들도 포지션 축소나 손절매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 초반부터 해외 투자자들의 닛케이 평균 선물 매도가 진행됐고, 상황에 따라 매매하는 CTA 등도 선물 매도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매도 붕괴’로 인해 중장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매도가 이어진 것인데, 그 흐름이 현물 주식 거래로도 반영된 것”이라며 “그 결과로 닛케이지수 모든 종목이 하락했고 특히 영향력이 큰 하이테크 종목의 하락이 컸다”고 설명했다.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반테스트 주가는 이날 각각 6.57%, 7.65%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에 대해서도 SMBC신탁은행의 야마구치 마사히로 투자연구부장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시장 심리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실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며 닛케이지수의 심리적 저지선인 3만5000엔을 하회하면 주식시장은 ‘이중 바닥’을 테스트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분기 종료 직전인 점도 하락폭을 키웠다. 지난해 1년간 시장을 뒷받침했던 자사주 매입이 일본거래소 자율규제기구 지침에 따라 분기 종료 직전 5거래일 동안 감시 대상이 됨에 따라 자제된 탓이다. 보통이라면 나타났을 ‘역방향 투자’도 이날 거래에서는 없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번 주도 계속해서 발표되는 미 경제지표에 따라서 헤지 매도가 가속화할 수도 있다. 내달 1일에는 3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예정됐고, 4일에는 미 고용통계도 발표된다. 지표가 나쁠 경우 위험 회피 매도가 확산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공표까지 앞둔 만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증시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리스크 회피 매도가 우세하면서 하락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국유 대형은행 4곳에 총 5200억 위안(약 105조 원) 자본 투입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낙폭이 제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