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중립성 위한 관리감독은 허술
투명성 강화해 국부창출 모색해야

우리를 먹여 살리는 산업은 변하기 마련이다. 가능하면 나라의 부를 축적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된다. 국가의 산업정책도 이러한 산업의 국제경쟁력에 발맞춰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과거 알고 있던 산업 생태계는 섬유·철강·자동차·반도체 등 우리의 비교경쟁 우위에 맞추어 진화해 왔다. 시스템·플랫폼·네트워크 산업 등 요사이 회자되고 있는 산업은 정책적인 지원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산업의 디지털화·AI(인공지능)화에 따라 정부의 역할이 세련되고 정치화되지 않으면 차라리 산업정책을 섣불리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도와주는 길이다.
네트워크 산업은 주로 전기·가스·통신·수도 등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서 에너지나 통신 등 서비스를 공급해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네트워크 산업은 자연독점화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국 시장위주로 국내 서비스 공급자가 독과점 형식으로 포진하기 쉬운 산업 구조이다.
그런데 이러한 네트워크 산업의 경쟁력과 시장기회가 DX(디지털전환) 시대를 넘어 AX(인공지능전환) 시대와 기후위기·탄소중립에 맞추어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내지 세계 시장으로 펼쳐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력·가스 에너지 네트워크의 경우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AI화와 데이터 시스템이 신속히 이루어지다 보니 글로벌 전력·가스 시장에서의 서비스 경쟁력이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적인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의 전 지구적 요구에 맞추어 석탄·석유의 탄소를 줄이거나 대체하는 에너지 기술력과 시스템 역량이 새로운 국가성장 동력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LNG(액화천연가스) 산업도 전형적인 네트워크 산업으로서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배관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국내 가스시장에 독점 공급할 때에는 배관네트워크의 이용과 관리를 혼자서 다해도 문제없지만, 글로벌 가스시장 기회가 펼쳐지고 네트워크 이용자가 수십 개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스네트워크 산업의 경쟁력은 배관망의 중립적인 관리와 공정한 접근성 및 관련 재무·기술적인 투명성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스네트워크 산업의 비즈니스 부가가치는 배관망에 대한 접속 타이밍과 LNG 공급 규모에 있다. 중동이나 아시아, 미주 등 전 세계 가스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어느 시장수요에도 적합한 거의 동일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관망 연결을 위한 가스터미널의 배관혼잡 내지 가스접속이 네트워크 관리자인 가스공사에 의해 좌우되면 네트워크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게다가 망관리자로서 가스공사가 배관압력 등 관련 네트워크 정보를 차단하면 가스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심지어 우리 가스네트워크 산업은 배관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외부의 관리감독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배관 관련 이해관계자 간의 비즈니스 계약차별 등 배관이용의 안정성이 문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LNG 도입시장이 다양화된 지 20년도 지났지만, 가스네트워크의 최적 운영을 위한 배관 운영기준이나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배관네트워크 관련된 규정이나 심의위원회가 객관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확보되어 있지도 못한 형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은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산업분야로 펼쳐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첨단 제조강국 중국과 혁신 기술강국 미국 사이에서 우리의 입지를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처럼 비교적 단기간 내에 산업 강국으로 성장하면서 시스템이나 네트워크 산업에 필수적인 프로세스 경쟁력 내지 O&M(Operation & Maintenance) 노하우를 축적한 경우가 흔치 않다.
전력·가스 등 에너지 산업이 더 이상 국내 네트워크 산업으로만 인식되어서는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 국내시장 위주의 네트워크 산업도 우리의 이러한 축적된 산업역량을 접목하여 글로벌 고부가가치 분야로 키워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AI산업·데이터경제 시대에 전력 경쟁력을 강화하고 탄소중립·기후관리를 위해 가스네트워크 산업을 글로벌로 펼쳐 나가야 할 때이다.
우리가 이러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기회를 포착하고 새로운 국부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가스네트워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첫 단추는 현재의 가스배관 네트워크의 공정성·중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