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철강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국내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8월 들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지난 3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70달러를 넘어선 이후 6일 배럴당 73.17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20일 현재 두바이유는 전일보다 2.65달러(3.78%) 오른 72.7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도 뛰고 있다. 석유공사가 제공하는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686.42원으로, 지난해 10월22일(1692.24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지역의 일부 주유소에 판매되는 휘발유값은 ℓ당 2000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국내 휘발유값의 오름세는 국제유가 상승세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국제석유제품가격에 반영되고, 다시 소비자가 구입하는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3~4주 정도가 걸린다"면서 "환율 등의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가격 상승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철강값도 심상치 않다.
현대제철을 비롯해 동국제강, 한국철강 등은 이르면 다음주 철근·H형강 등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다. 그동안 유지되온 비수기 할인폭을 줄이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체의 이러한 가격 인상 움직임은 원자재인 고철(철스크랩) 가격이 급등한데다 국제시세도 올랐기 때문이다. 7월초 기준으로 t당 30만원 초반에서 형성됐던 철스크랩 유통 가격은 8월 중순 현재 40만원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달 사이에 30% 이상 오른 것이다.
신일본제철은 1년2개월만인 다음달 계약분부터 판매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며 도쿄제철도 9월 출하분 가격을 인상키로 하는 등 국제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가격 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울러 설탕, 대두, 홍차 등의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설탕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이 원당(설탕원료)의 국제시세 인상을 이유로 지난 17일부터 설탕값을 평균 8.9% 인상했다. 이는 올해 원당 국제시세가 80% 이상 급등하면서 28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빵과 음료 등 다른 가공식품들도 줄줄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국제 시장에서의 대두 가격도 지난 3월보다 40% 이상 올라 식용유와 콩류 제품의 가격 인상도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경기회복 기대감 등으로 국제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하반기에 해외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조업 지표가 확장세를 나타내면서 원자재 상승 랠리가 가속화될 것으로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신영증권의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유가 등 원자재가격 강세는 글로벌 경기 개선을 일부 반영한 것"이라며 "이러한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무역수지 적자뿐만 아니라 하반기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