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39억달러 규모의 캐나다 하비스트에너지 인수를 놓고 영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현명한 결정'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무대에서 잇따라 기회를 놓치는 등 그 동안 겪은 일련의 좌절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는 평가다. 또한 자금 확보를 한 한국이 추가적인 에너지기업 사냥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에너지기업 인수 잇따른 좌절에 종지부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지난달에 최소한 5~10개 외국 에너지 기업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올해 안으로 최소한 2~3개 기업 인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은 인프라 시설 투자 대신 석유공사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에너지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앙아시아를 방문했다.
또한 6월에 석유공사가 아프리카와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지에 사업 권한을 갖고 있는 아닥스(스위스)사 인수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석유공사의 인수 추진은 캐나다에 상장된 아닥스사를 83억 캐나다 달러 인수에 성공한 중국 시노펙 때문에 무산됐다.
에너지 자산을 확보하려는 한국의 시도가 중국에 의해서 무산된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베이징은 2조3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배경으로 최근 몇 년간 일련의 에너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 인수전에서 일본이나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서, 일본에 기술적 측면에서 뒤져있는데다 중국에게는 자본 측면에서 뒤져있다.
하지만 석유공사가 성사시킨 39억달러 규모의 캐나다 하비스트에너지 인수로 영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글로벌 에너지 무대에서 기회를 놓치는 등 한국이 겪은 일련의 좌절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석유공사의 하비스트 인수는 '현명한 결정'
영국의 전문가들은“한국의 기계생산 시설은 전 세계 부러움의 대상일 수는 있지만,자원빈국 한국은 여전히 그 시설들을 작동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며“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비스트에너지를 인수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파이낸셜타임즈는 23일자 칼럼을 통해 “39억달러 규모의 인수계약은 한국기업 인수로는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라며 “현재 7만5500배럴인 석유공사의 일일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이 하비스트 인수로 5만배럴 만큼 더 늘어날 것이며, 확인 매장량도 3분의2나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한국의 에너지 자주개발율을 현재 국내수요의 6.3%에서 8%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의 한 석유 전문가는“석유공사는 확인매장량 1배럴에 25달러를 지불했다”며“석유텍사스 중질유가 배럴당 81달러 외에 추가로 생산 비용(lifting costs)이 26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계약조건”이라고 평가했다.
◆ 자금난 겪는 지역 대상 추가적인 M&A 나설 것
영국에서는 한국이 최근 페트로차이나가 아타바스카 오일샌드사의 프로젝트에 19억 캐나다 달러를 투자한 것과 마찬가지로, 석유공사 역시 유가 하락 이후 자금난을 겪는 지역을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측면에서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석유공사는 국영 연금 펀드이자 한국의 국부펀드인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손을 잡았으며, 국민연금은 향후 리스크가 낮은 에너지 프로젝트에 20조원을 투자할 것을 약속해 자금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6월 채권시장에서 해외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달러 채권을 발행했으며, 자원부국들에게 인프라 건설 지원을 제의하는 방식을 통해 토목엔지니어들의 기술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이 같은 점들이 카자흐스탄에서의 경우 주요 전술이 돼, 지난 8월에 석유공사와 LG 상사는 총 지분을 75%로 끌어올리기 위해 카자흐스탄 아다 광구의 지분 35%를 추가로 인수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석유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석유공사가 중국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계약을 목표로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다른 아시아 경쟁국들보다 뒤늦게 자원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한국은 또한 보다 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