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보낸 외환은행 인수 의향을 묻는 티저레터에 대해 시중은행들의 반응이 시들하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이번 공개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개입찰로 외환은행 가격만 높여주면 헐값매각이라는 정부의 눈칫밥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정부 눈치에 함부로 입찰 못해"
시중은행들이 현재 외환은행 매각의 공개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눈치'이다. 정부도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 외환은행을 관망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함부로 공개입찰에 참여해서 가격을 높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19일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M&A를 추진해야 한다"며 "공개입찰을 통해 (외환은행의) 가격만 높여주는 일은 잘못된 전략"이라고 말했다.
KB, 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사들도 모두 외환은행 매각주관사인 크레티트스위스(CS) 측이 보낸 외환은행 M&A를 위한 비밀유지동의서(CA)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KB금융은 현재 회장이 없는 공백상태에서 외환은행 인수 결정을 내릴 수 없었고, 신한과 하나금융은 정부 주도의 금융권 M&A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M&A는 전략적으로 신중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정부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공개입찰에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거의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금융 민영화 지켜봐야"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외환은행 매각보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정부 주도의 금융권 M&A 향방을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외환은행 매각에 신경쓸 수 없다"며 "6월 지방선거 이후 우리금융 민영화의 전체적인 그림이 나와봐야 외환은행 매각 방향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년간 매각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외환은행의 기업가치도 훼손됐다는 점도 시중은행들에게는 외환은행의 매력이 절담됐다는 지적도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이 장기화되면서 영업조직에 구멍이 뚫리는 등 문제가 많다"며 "겉보기에는 당기순이익과 ROE(자기자본순이익률)도 늘었지만 내부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