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이라면 한 번쯤 술자리 레퍼토리로 올렸을 만한 노래, 가수 강산에 씨의 1992년 데뷔곡 '라구요'의 일부분이다.
'라구요'는 강산에 씨가 실향민 출신인 어머니를 위해 만든 노래라고 한다. 여행자유화 이후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어머니가 고향을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만든 노래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강산에 씨가 북한에 고향을 두고 내려온 이들의 소망을 대변한지 6년여가 지난 1998년 11월18일 시작됐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주관하는 현대아산에 따르면 사업 시작이후 2008년 7월11일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195만5951명이 금강산을 찾았다고 한다.
초창기 관광객 발언이 문제가 돼 45일 정도 중단된 것과 태풍이나 사스, 고(故) 정몽헌 회장 사망 등으로 휴식기를 가진 것 외에는 10년 여간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현대아산 역시 금강산 관광사업 개시이후 계속 적자를 내다 2005년부터 얼마간의 흑자를 내기 시작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 지 22개월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이제 힘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과 장기화의 1차적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고자 하는 것도, 천안함 사태의 주범이 북한이라는 정부의 조사발표를 애써 부정하겠다는 의도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 되새겨볼 한 가지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과연 북한과의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했냐는 '물음'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24일 대국민 담화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관점을 규정해 주는 결정판이다.
'햇볕정책'의 부정이다.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남북교류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은 햇볕정책 이전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상징인 '햇볕정책'을 부정함으로써 이명박 정부는 이제 이전 정부와 완전한 '선'을 긋게 됐다.
그러나 그 '선'은 금강산, 아니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 부모의 고향을 찾아보겠다는 희망을 품고 사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금'을 긋는 것이기도 하다.
강산에 씨의 노래 '라구요'는 원래 '갈 수 없는 고향'이라는 조금은 촌스러운 제목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어떤 가수가 이 노래를 다시 부른다면 딱 어울리는 제목이 됐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든, 다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그 정책이 가슴에 '금' 그어진 사람들에게는 더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