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투자자들, 유로존 국채 이탈 가속

입력 2010-05-26 15:26 수정 2010-05-26 15: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당신이 주체하지 못할 만큼의 돈이 있다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유로존 국채에 투자하겠는가. 십중팔구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영국 유명 저널리스트인 길리언 테트는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바클레이스의 설문조사를 인용, 최근의 유럽의 재정위기 사태를 계기로 아시아 투자자들의 유로존 국채 이탈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지난주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일본 채권투자자들을 상대로 달러화와 유로화 기준 국채에 대한 투자인식을 조사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2는 7500억유로(약 1102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기금이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별다른 완충효과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구제금융 기금 마련이 발표되기 전에 3분의1만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테트는 최근 유로존의 위기로 볼 때 당연한 일이지만 투자자들은 유로존 국채에 강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바클레이스가 올해 초 조사했을 때만해도 응답자의 80% 가량이 달러화 기준 국채보다 유로화 국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상황이 역전돼 유로존 국채 선호자가 30%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

테트는 일본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등 최근 국제금융시장에 재정위기 공포를 초래한 나라가 발행하는 국채만이 아니라며 상대적으로 경제가 안정적인 독일 국채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투자자들이 유로존 국채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보수적이고 노출을 꺼려 활동 실태가 잘 포착되지 않고 있을 뿐 실제로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관측은 중국에도 해당된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중국의 국부펀드는 달러화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유로존 국채 매입 비율을 늘렸지만 최근 유로존 국채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국부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유로존 국채를 매각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로존 국채의 과도한 매입은 꺼리고 있다고 바클레이스는 밝혔다.

테트는 유로존 국가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3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유럽의 경제성장이 정체기에 진입하는 것을 꼽았다. 또 독일 정부의 갑작스러운 공매도 규제 조치에서 나타났듯이 유로존의 정책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로 지목했다.

마지막으로 미묘한 사안은 유로존 각국의 국채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파악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테트는 크레디트스위스의 조사를 인용해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유로존의 국채와 금융 버블기에 은행이 판매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이 불행하게도 유사성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모기지 등 다양한 채권을 CDO라는 금융상품으로 한데 묶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CDO는 개별 채권보다 안전하다고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용어를 빌리자면 CDO는 어설픈 채권에 안전성을 부여하는 신용강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금융 버블기에는 ‘BBB’의 낮은 등급의 모기지 등으로 구성된 CDO에 최상위인 ‘AAA’의 등급이 부여되기도 했다. 이는 투자자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유로존 정부가 국채를 한데 묶은 적이 없기 때문에 유로존 국채가 CDO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유럽 단일 통화가 출범한 이래 전 세계 투자자들은 유로존의 국채를 거의 일률적으로 간주해 약소국은 신용강화 효과의 혜택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현재 단일 통화인 유로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CDO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과적으로 유로존 국채의 값을 어떻게 매겨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게 된 셈이다.

테트는 아시아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즉각 팔지는 않겠지만 새로 매입하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는 국채를 팔려는 유럽 정부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 아닐뿐더러 금융시장 전체에도 불행한 일이라고 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국내보다 낫다"…해외주식에 눈 돌리는 대학생 개미들 [데이터클립]
  • "웃기려다가 나락"…'피식대학'→'노빠꾸 탁재훈'이 보여준 웹예능의 퇴보 [이슈크래커]
  • K-푸드, 수출 주역으로 '우뚝'…10대 전략산업 넘본다 [K-푸드+ 10대 수출 전략산업②]
  • "서울 집값·전세 계속 오른다"…지방은 기대 난망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①]
  • 줄줄 새는 보험료…결국 가입자 '쥐어짜기' [멍든 실손개혁下]
  • 피겨 이해인 "미성년 성추행 사실 아냐…부모님 반대로 헤어진 후 다시 만나"
  • 급전 끌어 쓰고 못 갚고…현금서비스·카드론 잔액 동반 증가
  • ‘유퀴즈’ 빌리 아일리시, 블랙핑크 제니와 각별한 우정…“평소에도 연락, 사랑한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6.27 13:03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6,141,000
    • -1.47%
    • 이더리움
    • 4,771,000
    • -0.42%
    • 비트코인 캐시
    • 532,000
    • -3.1%
    • 리플
    • 662
    • -1.34%
    • 솔라나
    • 193,600
    • -0.97%
    • 에이다
    • 539
    • -2.53%
    • 이오스
    • 808
    • -0.25%
    • 트론
    • 174
    • +1.16%
    • 스텔라루멘
    • 126
    • -2.33%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750
    • -2.56%
    • 체인링크
    • 19,540
    • -2.3%
    • 샌드박스
    • 469
    • -0.8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