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지만 세계 각국에는 긴축정책 논란이 한창이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정책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지만 미국은 경기부양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회에 걸쳐 글로벌 긴축정책 동향을 짚어보고 재정위기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본다)
① 美 긴축은 아직...경기부터 살린다
② 유럽 "긴축만이 살길이다"
③ 中 과열 잡기에 총력
④ 日 세금 올려야되는데...총선 앞두고 고심
긴축정책과 관련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미국이 극과극의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헤게모니를 상실한 미국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략적인 동반자였던 유럽과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영국이 22일(현지시간) 대대적인 긴축정책을 발표했다. 5년 동안 재정적자를 큰 폭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남유럽발 재정위기 사태는 물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데이빗 캐머론 신임 총리의 구상이다.
재정위기라는 핵폭탄을 맞은 유럽은 일제히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정책에 돌입하고 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이 글로벌 긴축정책에 합류할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직'이다. 머크뮤추얼펀드의 악셀 머크 대표는 "미국은 모든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경제성장을 원한다"면서 "어떤 희생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같은 행보는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13조달러. 내년 예산적자는 1조5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이같은 '독불장군' 행보는 G20 정상회담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토마스 쿨리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유럽은 재정위기로 출렁이고 있지만 적어도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경기부양적 재정·통화정책 문제는 글로벌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머크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스스로 코너에 몰리는 권투선수같다는 사실"이라면서 "막대한 채권 발행과 초저금리의 지속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인기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머크 대표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면 해외 투자자들이 이를 외면할 것"이라면서 "해외자금이 이탈하면 국채 수익률은 치솟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적자 확대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유럽의 행보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영국과 독일을 비롯해 이른바 '유럽의 돼지들(PIIGS)' 국가들이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공개했지만 이에 따른 득실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 부담이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칼 웨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정책의 아이러니가 있다"면서 "긴축을 통해 적자를 줄일 수는 있지만 단기적인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금인상과 같은 정책은 경제성장을 낮추고 고용시장을 얼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섣불리 긴축으로 선회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고용시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트르담대학의 제프리 버그스트랜드 교수는 "경제가 여전히 고전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단기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는 당분간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유럽보다 양호하다는 점은 경기부양 정책이 당분간 유효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이 될 전망이다.
버그스트랜드 교수는 "미국의 경기부양 정책은 결국 유럽보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인플레 문제 역시 아직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퓨전IQ의 배리 리톨츠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은 적자를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지출 축소와 세금인상은 예상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