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23일(현지시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유럽 재정위기를 이유로 경기 하향 판단과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며 경기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는 경제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던 4월과 달리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미국이 이처럼 자세를 낮춘 것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각종 지표 부진과 유럽 위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매매 부진, 소비 정체 그리고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의 불안과 위기에 미 경제가 여전히 노출 돼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이 투자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고용에 무관심한 것도 미국 경제를 옥죄는 요인이다.
23일 발표된 5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33% 감소했다. 실업률은 9.7%로 1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달 일자리는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하락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률이 높은 가운데 인플레 압력은 낮은 것을 넘어 디플레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실업률이 높으면 통상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지금은 정부 지원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 재정위기를 우려해 긴축에 나서고 있는 유럽 정부의 움직임을 비판한 것으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유럽의 긴축을 비판하며 자국의 저금리 기조 유지와 경기부양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부진한 지표에 기반한 연준의 소극적인 판단에 전문가들은 2011년이나 2012년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리는 현재 18개월째 동결되고 있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 압력을 감안해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며 2011년 4월로 내다봤던 금리인상 시기를 같은 해 7월로 수정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금리인상 시기를 전망한 전문가 대부분은 미국 경제가 다시 위기 전선에 서면서 금리인상과는 먼 거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제로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00년 연준이 1%대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부동산 버블과 과잉 대출을 초래한다”며 비판했다.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 라구람 라잔 석좌교수는 “금리는 원래 수준을 찾아가겠지만 여전히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 조짐을 둘러싸고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