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G2 관계로 발전한 중국과 미국의 경제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환율과 무역은 물론 양국 투자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4회에 걸쳐 '지키려는 미국'과 '빼앗으려는 중국'의 갈등 구조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중국, 미국 본토 넘본다
② 中美 신평사 전쟁 2라운드
③ 위안절상은 언제...초조한 美, 느긋한 中
④ 中 글로벌 무역불균형 주범?
중국 신용평가사가 글로벌 신평산업의 아성을 뒤흔들면서 미중 신평사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 민간 신평사인 다궁은 서방 신평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촉발에 일조했다며 일침을 가하고 향후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에서 중국의 발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관졘중 다궁 회장은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신평사들은 정치적이고 이상적이며 객관적 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며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서 중국은 각국의 평가방법에 대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 회장은 또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무디스와 S&P, 피치 등 3대 신평사에 대해 “고객사들과 지나친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객관적 평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채권발행사가 유리한 등급을 주는 신평사를 골라 평가를 의뢰하는 ‘등급쇼핑’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신평사들이 리스크를 폭로하지 않아 미국 금융 시스템 전체를 붕괴 직전으로 몰고 갔고 결국 이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 관계에까지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신평사들은 2007년 모기지 관련 증권의 등급을 부풀려 주택시장 붕괴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신평사들이 재정적자로 위기에 처한 일부 유로존 국가의 등급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역내 재정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무디스는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인 ’AAA’로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역시 정치적 압력의 영향으로 최고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지난 11일 다궁은 비서방국가로는 처음으로 국가별 신용등급을 발표해 기존 3대 신평사를 당혹케 한 바 있다.
다궁은 ‘2010년 50개국에 대한 신용등급 보고’에서 노르웨이 호주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위스 싱가포르 뉴질랜드에는 최고인 ‘AAA’ 등급을 매겼다.
중국은 ‘AA+’로 미국의 ‘AA’는 물론 영국 프랑스 일본의 ‘AA-‘ 등급보다 높게 책정해 무디스와 S&P, 피치의 등급과 대조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면서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관 회장은 “우리의 평가방법은 5년 넘는 시간을 들여 개발됐다”며 “평가에는 재정상태, 통치력, 경제력, 외환보유고, 국가부채 등이 반영됐다”며 시장의 의구심을 일축했다.
관 총재는 “미국은 채무국으로서 지급불능 상태이고 파산에 직면해 있으나 신평사들은 여전히 높은 등급을 매기고 있다”면서 “미국의 거대한 국방비 지출의 조달처는 비지속적인 차용금”이라고 밝혔다.
다궁의 신용평가 보고서에 대해 중국과 서방 언론의 평가에도 온도차가 보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오랫동안 자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서방 신평사들의 독점을 깨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FT는 다궁은 중국 신용평가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방의 3대 신용평가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지나친 국수주의적 색조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객관적인 신평사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