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전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요 농산물 생산지인 러시아와 중국 등이 폭염과 폭우에 휩쓸리면서 밀 가격은 2개월새 50% 이상 급등했고 커피와 설탕 가격 역시 급등세다. 3회에 걸쳐 글로벌 식품 물가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서유럽 폭염 사태..식품 물가 비상
② 기호식품도 없다...커피, 코코아도 비상
③ 中 잇따른 자연재해...먹을 것이 없다
기상악화로 인한 곡물생산 감소로 전세계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 폭염과 캐나다 폭우로 밀 가격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서유럽 역시 이상고온으로 곡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농업부는 올해 곡물 생산량을 7000만~7500만톤으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치인 9000만톤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7월 한 달 국제 밀 가격은 42% 급등, 50여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주요 밀 생산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의 밀 공급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기상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유럽 역시 이상기온으로 인한 작황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영국 리딩대학교 워커 기후체계 연구소의 벤자민 로이드 휴즈 박사는 “러시아 서남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서유럽도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휴즈 박사는 “고온 건조한 날씨로 인한 가뭄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곡물 가격 위험도 측정 기업 아그리텔의 미셸 포셔 전문가는 “지난 6월에도 가뭄은 있었지만 이번 러시아 곡물 사태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며 “프랑스의 밀 생산이 지난해 대비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란드 역시 과일 생산량이 전년대비 5분의 1로, 시리얼과 야채 생산량은 1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벨기에도 올해 감자 생산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서유럽 이상고온으로 인한 과일 곡물 생산량 감소로 계절과일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화훼시장과 주류업계도 기상악화 영향권 안에 들 전망이다.
대표적인 튤립 생산국인 네덜란드는 튤립 생산량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양조업체들은 맥주의 주 원료인 보리 생산량이 20%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원료 공급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시작된 전세계 작황부진이 애그플레이션 악몽으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 소비자들은 이미 전체 식료품 가격 급등에 직면한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2년 전 애그플레션 위기가 다시 전세계에 불어닥칠 수 있다”며“당시 식량 부족 사태와 간급조치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기상악화 영향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은 평소 겨울보다 더 길고 추웠으며 6월에는 강수량 부족으로 곡물 수확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강수량은 평소의 42% 수준에 그쳤다. 영국 기상청 역시 영국 일부 지역에서 이 같은 강수량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긴급 상황부 위기 센터의 블라디미르 스테파노프 책임자는 “이상 고온 현상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 [용어설명] 애그플레이션: 농업의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현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