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요? 이제 무수익 자산 아닙니까."
시중은행 한 PB는 최근 부동산 투자 상담을 하면서 이 말을 듣고 집에 대한 강남부자들의 투자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대기업 간부로 재직하다 퇴직 후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50대의 A씨는 오랜 기간 단골 고객으로, 불과 2년 전 만해도 아파트 예찬론자였다. A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부인과 함께 부지런히(?) 강남 아파트에 투자해 큰돈을 벌어 주변 동료들의 부러움을 샀던 사람이었다. 그의 투자 관심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하지만 A씨가 투자하려는 종목은 여전히 부동산이다. 주식이 채권투자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자산 규모를 감안,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에 있는 상가를 찾고 있다. 12억짜리 상가 계약서에 사인한 A씨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PB팀장은 "100억원 이하 자산가 들은 1가구 다주택 중과를 피할 수 있어 상가를 선호하고, 100억이상 자산가들은 빌딩을 선호한다”고 최근의 강남 부자들의 바뀌고 있는 투자패턴을 설명했다.
그는 살고 있는 집을 팔거나, 전세로 돌리고 상가를 사겠다는 상담자가 부쩍 늘어나는 것이 눈에 띤다고 밝혔다. 실제로 9억원 하는 아파트를 시세보다 5000만원 싸게 급처분하고, 천호동에 모텔을 매입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모텔을 산 상담자는 모텔 영업권은 전문가에 맡기고 본인은 임대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빌딩은 특히 강남 테헤란 일대가 가장 인기가 높다. 그러나 거래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최근 매수자 강세 시장이 형성돼 내려간 가격에 간혹 거래가 성사되기는 하지만 매수자와 매도자의 가격 갭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차이가 적게는 수십억에서 백억대 이상 차이나기도 해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것이 현장 PB들의 전언이다.
강남지역 PB들에 따르면 이런 상가와 빌딩에 관심이 많은 강남부자들은 1000억원대가 넘는 큰손들이 많아 빌딩에서 본인 소유의 법인 사무실용과 투자용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적잖다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에 대한 투자는 완전히 끝났는가. 이에 대해 PB팀장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금리가 급상승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수요자는 거의 실종된 상태”라고 말했다.
강남 아파트에 대한 투자 관심은 다시 살아날까. 이에 대해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의 진단이 명쾌하다. "주택 투자를 안 한다고 보면 된다. 금리가 낮아 정부가 특단의 대책만 내놓으면 다시 강남 아파트가 효자 종목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강남 아파트는 금리가 7%라도 호재만 있으면 달려들어 상품이었다. 지금은 그런 시그널이 없다. 투자할 가치를 못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