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경기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확대로 채권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의 흐름이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5회에 걸쳐 글로벌 채권시장을 진단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미국발 채권시장 위기론 확산
② 日 경제는 지고...국채는 뜨고
③ 유럽 국채 더 오른다...저금리 지속
④ 美 채권시장 '더블딥은 없다'
⑤ 美 지방채도 강세...금리 11개월 최저
일본 국채가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수요 확대 요인까지 더해지며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도쿄 채권시장에서 23일 10년만기 국채 선물 가격은 2003년 이래 최고치로 뛰었다.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 관측과 함께 25일 발표되는 무역통계가 시장의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극에 달한 영향이다.
이에 앞서 일본의 1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연율 0.4%로 시장의 예상치인 연율 2.3%를 크게 밑돈 것과 미국 고용정세가 한층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본 국채 가격은 6주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다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고 다변화 차원에서 달러 자산을 팔고 일본 국채 매입을 늘리는 것도 국채 가격 상승의 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도쿄 소재 JP모건체이스의 야마와키 다카후미 수석 금리 투자전략가는 “경제 성장률이 세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며 “이것이 국채 수익률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벼운 경기침체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채권시장에서 23일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0.925%로 지난 한 주 5.5bp(베이시스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8일에는 0.9%로 지난 2003년 8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10년만기 국채 가격은 101.575엔으로 0.499엔(1.1%)가 올랐다.
시장에서는 일본 국채 강세는 일본은행(BOJ)이 엔고 저지를 위해 추가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엔화는 지난 11일 달러당 84.73엔으로 1995년 이후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85엔대 초반에서 움직이며 일본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주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그룹의 후쿠나가 아키토 수석 금리투자전략가는 “현재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조만간 금융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은행은 엔화 강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며 환율시장 개입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지만 현재 경제 여건상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대폭 후퇴한 가운데 25일 발표되는 일본의 7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8% 급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갈수록 악화하는 미국의 고용정세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9~14일까지의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0만건으로 전주보다 1만2000건이나 늘었다.
이 같은 경기 둔화 재료들은 특히 장기 국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한 주 동안 1.55%로 6bp 하락했다. 지난 19일에는 1.52%로 떨어져 적어도 2003년 8월이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JP모건의 야마와키 금리투자전략가는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오는 연말까지 0.80%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 국채가 강세는 글로벌 국채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상반기 중국의 일본 국채 순매수액은 203억달러로 1년 전의 6900만달러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8437억달러로 전년의 8948억달러에서 5.7% 줄었다.
WSJ은 이에 대해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달러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일본 등 아시아 시장으로 외환 투자를 다각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 가운데 60~70%는 달러화 자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수치는 밝혀진 바 없다.
일본 재무성은 24일 20년만기 국채 입찰을 실시한다. 시장에서는 이날 입찰도 무난하게 끝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전날 실시된 309회차 10년만기 국채 입찰도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