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여 만인 26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다시 방문해 지린(吉林)성 지린시로 향한 것은 대내외에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제스처라는 지적이다.
우선 방중 첫날 행보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용 특별열차편으로 자정을 넘긴 이날 새벽 0시대에 북한 자강도 만포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을 거쳐 곧장 지린으로 향해 선친 고(故) 김일성 주석의 모교와 항일유적지를 방문했다. 지린시의 위원(毓文) 중학교와 항일유적지인 베이산(北山)공원을 찾은 것이다.
위원중학교는 김 주석이 15세때인 1927년부터 1930년까지 수학하면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처음으로 접한 곳이고 베이산공원은 선친이 이끌던 항일 빨치산 부대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동북지방의 혁명열사를 모신 항일유적지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안함 사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필두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더 강화돼 고립이 심화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선친의 혁명의지 계승을 강조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내적으로는 다음달로 예정된 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당 대표자대회를 앞두고 선친인 김 주석의 유지를 받는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북한 내부를 단결시키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점은 김 위원장이 이번 방북에 후계자로 지목된 아들 김정은을 동행시켰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처음 개최되는 다음달 당 대표자대회에서 김정은의 후계자 지명이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 김 위원장 부자가 방중에 동행했다면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2008년 8월 순환기 계통 이상으로 뇌졸중이 왔던 것으로 추정되고 최근에는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 건강이상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선친 유적지 동행 참배로 후계의지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이을 최고지도자로 유력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지린시로 달려가 김 위원장을 영접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북중 간에 차기 지도자를 서로 '승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아울러 지린시는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창ㆍ지ㆍ투(長吉圖) 개발 계획'의 구심축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은 지린시 방문을 통해 경제행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내보이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방문에서 첫 행선지로 다롄(大連)과 톈진(天津) 등을 방문해 산업시찰에 주력하는 등 경제에 방점을 찍는 행보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창지투 개발 현장을 찾아 대내외에 경제에 주력하는 인상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