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이후 시장규율이나 미시건전성정책만으로 금융안정을 달성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거시건전성정책 체계가 부상하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와 금융안정위원회(FSB)가 함께 주최한 금융개혁 컨퍼런스 오찬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미시적 측면에서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시ㆍ감독해 금융기관의 경영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시장규율이나 미시건전성정책만으로 금융안정을 달성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거시건전성정책 체계가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위기 이전에는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확대, 자산가격의 상승 등으로 금융시스템에 불균형이 계속 누적되고 있었으나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미시건전성정책만을 통해 사전에 포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스템 전반에 축적ㆍ확산되는 리스크를 완화 내지 예방해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거시건전성정책의 중요성이 크게 증대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최근 G20 및 FSB 등을 중심으로 거시건전성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경기순응성의 완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s)'의 규제ㆍ감독 강화에 중점을 둔 새로운 정책 수단들이 제시되고 있다”며 “경기 대응적 완충자본, 미래지향적 충당금, 손실보전 완충자본 도입 등에 대한 국제논의가 크게 진전되고, SIFIs를 합리적으로 식별해 추가 자본을 부과하고 유동성 기준을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거시건전성 수행체계와 관련해선 “미국, 영국, EU 등은 중앙은행ㆍ감독기구가 함께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거시건전성정책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들 기구는 시스템 리스크를 분석, 평가하고 이에 대응한 거시건전성정책 수단의 선택과 행사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총재는 “신흥시장국이 안고 있는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요인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신흥시장국은 외국자본 유출입의 경기순응성 완화, 외화부채 관리 등 외환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방안 논의를 주도하면서 Korea Initiative 의제인 글로벌 금융안정망(GFSN; Global Financial Safety Net) 설립을 제안했다”며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IMF와 함께 탄력대출제도(Flexible Credit Line) 개선, 예방대출제도(Precautionary Credit Line) 신설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신흥시장국의 외환보유액 확충 필요성을 크게 줄여주어 글로벌 불균형의 완화(global rebalance)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거시건전성정책이 금융안정을 위한 새로운 정책체계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선 “거시건전성정책 수단들이 도입추진 과정에서 금융산업의 역동성이 제약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규제차익 추구행위(regulatory arbitrage)가 나타나지 않도록 국제적 정책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최종대출자로서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거시건전성정책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고, 거시건전성정책은 정치적 영향력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통화정책과 마찬가지로 정책결정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