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전략형 해치백 i10을 바탕으로 약 1년의 연구기간 동안 총 40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완성한 블루온은 국내 최초의 양산형 고속전기차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차 이름 '블루온(BlueOn)'은 친환경적인인 새로운, 창조적 이미지를 나타내는 현대차의 친환경 브랜드 '블루(Blue)'에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Start On)을 알린다는 의미의 '온(On)'을 조합해 탄생했다.
순수전기차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만으로 구동하는 만큼 배터리의 수명과 저장 능력에 따라 차량 성능이 좌우되기 때문에, 현대차는 다른 배터리에 비해 고출력·고용량의 성능을 자랑하는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적용했다.
겉모습은 양산 i10과 다를게 없다. 인도에서 생산돼 현지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가장 작은 해치백이다. 프랑스의 좁은 골목길을 작고 경쾌한 몸짓으로 신나게 누볐을 i10이지만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현대차의 첨단 기술을 가득 품은 덕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겉모습만큼이나 낯선 실내에 들어앉아 시동을 걸었다. 아니다. 시동을 건다는 것도 맞는 표현이 아니다. 출발을 위해 뭔가 움직여야 시동이다. 블루온은 고요하게 적막만 남긴다.
손목을 비틀어 이그니션 키를 돌렸다. 생김새와 휠타이어를 제외하고는 첨단의 첨단을 달린다는 전기차에 요즘 유행하는 버튼식 시동장치는 아직 사치라고 여겼을까. 값싼 차와 값비싼 첨단 장비의 조화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계기판에 뚜렷한 녹색 ‘READY’ 사인만 출발 준비가 됐음을 나타낸다. 트랜스미션은 D, E, L 레인지가 전진을 구성한다. D레인지는 일반주행을 위한 선택이고 E레인지는 경제모드, L은 흔히 쓰는 엔진 브레이크 기능을 보인다.
시프트 레버를 D레인지로 옮기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깔끔하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먼저 전기차의 선입견을 밀어내고자 풀 가속이 이어진다. 40km를 중심으로 가속이 멈칫거리고 곧바로 중속 영역으로 부드럽게 넘어선다. 흡사 CVT의 변속감각을 느끼듯 자연스럽게 굴곡없이 속도를 이어간다.
현대차가 한계점이라고 밝히 시속 130km보다 한참 못 미친 110km부터 경쾌한 가속이 이어진다. 살짝 최고속도의 영역을 넘어 달린 속도는 디지털 속도계의 136km
전기차는 조용한 탈 것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주변의 보행자가 차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때문에 블루온은 가상엔진음(VESS)을 지녔다. 물론 차 안에서 이를 확인할 기회는 없었다.
고속주행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관성에 의해 굴러가는 바퀴가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가동하면서 배터리 충전량은 더 커진다.
최고출력이 81마력(61kW), 최대토크가 21.4kg·m(210Nm)다. 전기모터의 특성상 회전과 동시에 빠르게 최대토크의 정점까지 치고 올라간다.
범용시험장에서 가속 테스트 이후 등판테스트 코스로 이동했다. 25% 경사각을 가볍게 오른다. 중간에 멈췄다 다시 출발하는 동작을 반복해도 부담이 없다. 블루온은 언던길에서 멈췄다 출발할때 스스로 브레이크를 잠시동안 잡아주는 배려도 지녔다. 전기모터의 구동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동작이다.
블루온은 고성능차가 아니다. 편하고 안락하게 달리며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누릴 수도 없다. 다만 밑그림이 된 i10의 가솔린 버전보다 성능이 앞서고 친환경적이라는, 무엇보다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덕에 심야전기 800원이면 130km거뜬히 달릴 수 있다는데 관심을 모아야 한다.
짧은 시승이었지만 전기차가 어느틈엔가 불쑥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던 충전시설도 그저 플러그를 꼽는 동작이 전부다.
블루온은 올해 30여대가 정부기관 등에서 시험적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도로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당분간 많지 않겠으나 인프라와 제도가 정착된다면 사정은 빠르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800원으로 130km를 달릴 수 있는 꿈은 그리 멀지 않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