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올들어 9월까지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바이아웃(차입매수) 활동이 1440억달러(약 165조원)로 전년 동기의 449억달러에서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바이아웃은 지난 3분기에만 629억달러를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 2008년 초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244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FT는 올해 바이아웃 규모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M&A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M&A 전문지인 머저마켓에 따르면 올 들어 발표된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1조3548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8월 세계 3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이 세계 최대 비료업체인 포타쉬코프에 386억달러 규모의 적대적 인수를 제안하는 등 지난달에만 대량 인수가 봇물을 이뤘다.
이 영향으로 3분기 M&A 규모는 전년 동기에 비해 44.5% 급증한 4644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이머징마켓의 M&A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 1~9월 이머징마켓에서의 M&A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에 비해 41.4% 증가한 3328억달러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의 헨리크 애스락센 글로벌 M&A 책임자는 “이머징마켓은 가파른 경제성장의 결과로 자국 시장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M&A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M&A 열기는 9월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스토어즈가 남아프리카의 대형 소매업체인 매스마트와,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저가 항공사인 에어트랜와 각각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월마트가 매스마트에 인수가로 40억달러를 제안했다며 협상은 현재 초기 단계지만 실현될 경우 월마트 사상 첫 아프리카 진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스웨스트는 에어트랜을 14억달러에 인수키로 이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A가 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자문 및 중개 수수료 실적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은행들은 지난 3분기 수수료로 495억달러를 챙겼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억달러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골드만삭스가 3530억달러로 가장 많은 수수료를 챙겼고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가 2810억달러와 2785억달러를 각각 벌었다.
그러나 금융권 종사자들은 금융시장 안정을 확신할 수 없는데다 거래 여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JP모건의 지미 엘리엇 글로벌 M&A 책임자는 “경제 안정 신호가 커지고 더블딥(이중침체) 위험이 낮아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져 M&A 활동을 지지해 주고 있다”면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무라홀딩스의 윌리엄 베레커 글로벌 투자은행 공동책임자는 “최근 M&A 활동은 시장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면서도 “M&A 활동은 일정 부문과 이머징마켓에 집중돼 있어 M&A 시장 전체의 회복 신호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장이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