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낙지 머리에서 유해한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발표했지만 검찰 수사결과실험에 쓰인 낙지 3마리 중 1마리가 중국산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낙지 머리 유해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검찰 발표이후 어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20일을 '낙지 데이(day)'로 정해 구내식당에서 머리를 떼어낸 낙지 요리를 제공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어민들은 “두 번 죽이는 행사”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안, 무안, 장흥등 서남해안 어민 700여명은 오는 25일 상경해 서울시청앞에서 궐기대회를 갖고 항의키로 하는 한편 손해배상 소송등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낙지 카드뮴 파동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낙지 머리 유해성 파문의 전말을 진단해본다.
◇ 낙지파문 원인 ‘중국산’으로 밝혀져 어민 분노 확산
서울시는 지난 9월 13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의 권모씨 수산물 코너에서 구입한 낙지 먹물과 내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후 19일 검찰이 실험에 쓰인 낙지 3마리중 1마리가 ‘중국산’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어민들의 분노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는 원산지를 속여 낙지를 판매한 혐의로 판매업자 권모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권 씨는 매장 판매를 담당하는 임 모씨와 함께 낙지가 국내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허위 증명서를 조작해 마트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했다는 검찰 발표에 신안과 무안 낙지 어민 대표는 서울시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시 “여전히 낙지 내장 먹지마” 입장 굽히지 않아
국정 감사에서도 서울시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됐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19일 서울시가 검사한 낙지가 중국산으로 확인된 것과 관련, “국내산 낙지의 안정성이 확인돼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명백한 책임규명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서울시의 국내산 낙지머리 카드뮴 검출 발표로 낙지 관련 어민이나 상인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어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낙지머리의 먹물과 내장은 발표대로 먹지 않는 게 좋다”며 “낙지 먹물에 들어있는 타우린이 몸에 좋다고 해 먹물을 이용하는 음식이 늘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었다”며 국정감사에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식약청이 먹어도 안전하다는 발표이후 한풀 꺾였던 낙지머리 중금속 파동이 오 시장의 발언으로 다시 불거진데다 이번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어민들은 또 다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어민 700명 상경 투쟁, 손해배상 불사 움직임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20일을 ‘낙지데이’로 정하고 구내식당에서 2700마리 낙지요리를 점심 식단으로 제공키로 하는 등 낙지 소비 촉진 운동에 나설 방침이며 낙지는 먹물과 내장만 빼면 문제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낙지조합법인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과 한번 없이 국감장에서 한 낙지발언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어민들을 두 번 죽인 것”이라며 “서울시가 낙지 홍보를 해 준다는 명분으로 구내식당에서 낙지머리를 빼고 시식회를 여는 것 또한 어민들을 희롱하는 행위”라고 분개했다.
한편 낙지어민들의 피해액은 약 1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어민들의 분노가 확대돼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서남해 어민 700여명도 오는 25일 상경해 ‘중금속 낙지머리 발표에 대한 전국 어업인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궐기대회 이후 어민들은 서울시에 손해배상 등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파문은 쉽사리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