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멀티-글로벌(Multi-Global)’기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
기존에는 선진 기업은 자사의 기술과 제품으로 이머징마켓을 장악했지만 이제는 이머징마켓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짜야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AT커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이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의 도전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멀티-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년간 선진 기업은 자국 시장에 초점을 맞춰 제품 생산과 서비스 측면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선진시장이 아닌 이머징마켓을 장악하지 못하면 성장은 커녕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선진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10%대의 고성장을 지속하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잡는 것이 필수가 됐다고 AT커니는 설명했다.
이머징마켓의 신흥기업 역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기업들로 거듭나고 있다.
인도 출신의 락시미 미탈이 이끄는 미탈철강은 지난 2006년 업계 2위의 아르셀로와의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로 재탄생했다.
아르셀로미탈은 철광석과 석탄 광산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오는 2015년까지 1억t 상당의 철광석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아르셀로미탈이 미국 최대 철강업체 US스틸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세계 최대 철강사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화학분야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화학회사 사빅과 아시아 최대 정유업체인 중국의 시노펙 등 이머징국가 기업들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신흥기업과 선진기업의 품질과 지식 격차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AT커니는 선진기업이 이머징마켓의 부흥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맞춤 글로벌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며 이것이 진정한 멀티-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자동차메이커 제너럴모터스(GM)의 ‘뷰익(Buick)’ 브랜드. 뷰익은 중국인들의 호응을 얻어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다국적 식품회사인 스위스의 네슬레는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프랑스 건강식품 전문업체인 다논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의 수요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거대 복합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는 현지 연구·개발(R&D)로 이머징마켓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월마트, 테스코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신흥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하나의 히트상품보다는 시장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 되버렸다.
이는 표준화된 상품을 만들기 보다는 지역 경제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AT커니는 조언했다.
국가 및 지역마다 고객의 요구 조건과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인 제품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머징 기업의 숙제가 바로 지역 맞춤형 상품의 개발이다.
AT커니는 또 멀티-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생산, 구매, 판매, R&D 등 각각의 기능이 특정 지역의 요구에 맞도록 기업 가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가 정신을 고무시키는 것도 중요하며 다양한 상품, 기능, 지역, 산업, 소비자그룹에 따라 공급망을 변화시킬 필요성도 있다.
공급망은 구체적인 소비자 기대, 기업 목표, 문화 및 역사 등을 고려해 확립해야 한다.
수요 변화에 따라 기업구조를 디자인하는 것 또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
AT커니는 기존의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검토하고 현재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고객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필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 트렌드, 소비자 수요 등을 토대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