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글로벌 증시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3차 양적완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완화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회에 걸쳐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버냉키 풋' 먹혔다...글로벌 시장 '열광'
② 환율전쟁 결국 미국만 웃는다?
③ 美 6000억달러 공세...신흥국 갈등 고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6000억달러(약 664조원) 공세에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거세게 들고 일어났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단행된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로 세계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중국·브라질 등 신흥국과 동아시아 지역 중앙은행들은 3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발표한 추가 양적완화에 대해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들 중앙은행은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결정한 유동성 공세가 달러 약세를 부채질하고 신흥시장으로 과잉 유동성을 유입시켜 인플레이션 유발이 우려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미국의 경기회복을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헬리콥터로 달러를 쏟아 붓는 게 전부인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재정정책이나 소비 자극과 연동된 경기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달러를 마구 찍어내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 최대 리스크”라며 “중국은 외적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통화정책과 자본통제에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콘 차티카바니 태국 재무장관은 “태국 중앙은행이 역내 중앙은행들과 과도한 유동성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흥국들은 달러 약세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외국자본 유입을 줄이기 위한 규제책을 마련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지금까지는 경기 회복을 북돋는 차원에서 긴축 속도를 늦춰왔지만 미국의 2차 양적완화로 인해 향후 고삐를 조여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
전문가들은 연준이 발표한 6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는 미국의 실질금리를 낮춰 더많은 자본이 높은 수익률을 찾아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이미 아시아로 흘러 든 대규모 자본이 역내 국가의 통화 가치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달러화에 대한 아시아 통화의 가치는 태국 바트화의 경우 11%, 한국 원화는 6%, 필리핀 페소화는 8% 각각 상승했다.
해외 자본 유입으로 아시아 증시도 활황세다. 인도증시의 센섹스지수는 지난 3일엔 전 거래일 대비 2.09%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노먼 챈 국장은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는 홍콩 같은 신흥국의 자산 버블 압력을 확실히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달러는 미 달러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특별한 환율 문제는 없지만 빠른 경제발전을 보이고 있는 중국으로 인해 해외 자본이 홍콩으로 몰리고 있다.
한편 미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세는 세계 무역에도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교역개발기구(UNCTAD)와 공동으로 작성한 성명을 통해 “외환시장 급변동으로 G20의 보호주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세계 경제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성명은 “지난 수개월간 교역개방과 투자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국제 불균형으로 인해 보호주의 압력이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