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재정위기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주까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로 술렁이던 국제 외환시장이 유로존의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에 출렁이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8일(현지시간) 유로가 달러에 대해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에 예산계획을 제출한 가운데 역내 일부 국가가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유로존 자산에 대한 수요가 후퇴한 영향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 3일 추가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몇 주 동안 난무했던 관측과 시장의 요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발표된 양적완화 규모는 시장의 예상과 거의 부합하는 수준인데다 5일 발표된 10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향후 연준의 추가 완화 관측은 물러났다.
그러나 고용지표 발표 이후 달러 하락에 제동이 걸리면서 대신에 유로가 달러에 대해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관측이 후퇴해 달러 하락에 제동이 걸리는 대신 유럽 재정위기를 배경으로 유로의 자유낙하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런던 소재 슈나이더 포린 익스체인지의 스티븐 갈로 시장분석책임자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추가 완화를 도입할 조짐이 없는 한 달러 하락 속도는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시장이 아일랜드 그리스 등 유로존 일부 국가들의 안고 있는 재정위기 우려에 다시 주목하면서 유로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올리 렌 경제 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8일부터 2일간의 일정으로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방문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지난 주 2011년에 최대 60억유로 규모의 세출 삭감과 증세 계획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우려를 배경으로 아일랜드와 독일의 10년만기 국채 스프레드는 550bp(1bp=0.01%)로 사상 최대로 확대됐다.
포르투갈과 독일의 10년만기 국채 스프레드도 한때 444bp로 1997년 이래 최대 수준까지 벌어졌다. 포르투갈도 재정적자 감축에 나서고 있는 유로존 국가 중 하나로, 11일 사상 최대인 12억5000만유로 규모의 국채 입찰을 계획하고 있다.
몬트리올 은행의 블레이크 제스퍼슨 외환디렉터는 “이들 국가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유로는 유로당 1.3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추가 완화로 지난 4일 유로는 달러에 대해 한때 9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인 1.4282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 주말에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와 예상을 웃도는 미 고용지표를 배경으로 1.40 달러대까지 하락하면서 유로의 자유낙하가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의 시오이리 미노루 통화 스트래티지스트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는 대형 이벤트를 통과한 뒤 시장의 초점은 유럽의 악재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그리스의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7일 치러진 통일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전 그리스 사회주의 운동(PASOK)이 우세한 것을 확인하고 사의를 표명, 앞으로도 재정적자를 삭감해 채무 부담 경감에 총력을 기울일 뜻을 표명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번 선거를, EU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지원키로 한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 임금과 연금 인하를 실시한 정부에 대한 신임 투표로 자리매김시켰다.
만일 선거에서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총선을 조기에 실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의 시오이리 씨는 “선거 결과와 그리스의 재정재건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번 주 발표되는 3분기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이 좋게 나올 리 없어 내년 1분기까지 위험요소가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뉴욕 소재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스만의 통화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유로존에서 긴장감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유럽에서 발생한 사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미국의 움직임에 필적하거나 그것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