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동통신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잇따라 애플 제품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주도권을 내줘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태블릿PC‘아이패드’의 경우 경쟁사에서 동일기종 출시를 목전에 두자 제품 출시 기한만 맞춰 놓고 예약판매에 나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날부터 아이패드의 예약판매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가격 책정과 판매 경로를 공개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격 책정과 판매 경로는 소비자의 태블릿PC 선택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판매 조건에 대해 애플과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언제 가격 책정과 판매 경로를 공개할지 불투명하다”며“하지만 아이패드 구매 의사가 있다면 이 같은 정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이처럼 요금제 없이 아이패드 예약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 일단 내놓고 보자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KT를 통해 그동안 출시된 애플 제품은 미리 제품 출시를 발표하고 나중에 요금제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애플과 KT가 수직적 종속관계에 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통신업계에서는 KT가 지난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3Gs를 도입하던 시점부터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애플 의존적이 되는 등 종속적 관계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더라도 KT의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수 120만명 가운데 70%인 84만명이 아이폰 가입자로 나타났다. 3분기 역시 스마트폰 가입자 200만명 중 140만명이 아이폰을 선택했다. 그만큼 무선데이터, 가입자, 단말기 판매량 등에서 애플 제품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KT가 애플에 의존적인 관계가 되면서 다른 사업자를 외면하고 있다”면서“이는 앞으로의 수익구조 개선이 난항에 부닥치는 등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KT가 지속적으로 애플에 주도권을 내주는 양상이 지속되면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부정적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KT의 주도권 상실은 지난해 아이폰3Gs 출시 당시에도 나타났다. 당초 KT는 삼성전자의 옴니아2와 사전 계약을 맺었다. 예정대로라면 옴니아2가 먼저 출시되는 게 맞는 수순이었다는 것. 하지만 애플이 옴니아2보다 먼저 출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아이폰3Gs가 시장에 먼저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은 삼성전자의 옴니아2만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 역시 KT가 지나치게 애플 제품에 중심을 두다보니 저조한 판매량이 지속되면서 결국 KT에 소외되는 상태가 나타난 것.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KT에 단말기를 공급하더라도 대리점에서 아예 추천하지도 않을뿐더러 물량 제고가 쌓이는 일이 다반사”라며 “결국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이 강하게 자리잡은 KT의 구조가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