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제 상품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신흥시장의 강력한 수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발표한 대량의 유동성이 상품 가격 급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상품시장 열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중국의 수요가 유가를 오는 2015년까지 배럴당 110달러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수준보다 27%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미 농무부는 올해 대두와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수확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체이스의 로런스 이글스 애널리스트는 “일련의 현상은 신흥시장의 강력한 수요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품시장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구리 가격은 9일 전날보다 2.2% 오른 파운드당 4.043달러로 2008년 5월 사상 최고치인 4.2605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 값은 온스당 1409.80달러로 또다시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면화는 14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옥수수 가격은 6주 만에 22%가 뛰었다.
올해 들어 옥수수 가격은 39%, 대두 가격은 27%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거래소를 운영하는 CME그룹은 이날 거래에 필요한 증거금의 최저 한도를 상향했다. 은 선물의 경우 증거금을 당초 5000달러에서 6500달러로 높였다. 은 가격은 올해 72% 상승했다.
CME의 이 같은 조치로 금 옥수수 원유(WTI 기준) 등 급등세를 보인 일부 상품 가격 상승세는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상품 시장은 미 연준이 지난 8월말 경기 자극을 위해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이래 과열양상을 보여왔다. 여기다 금융 위기에서 신속하게 빠져 나온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이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면서 상품 가격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신흥국 대부분은 급격한 부의 축적을 통해 인프라 정비가 봇물을 이루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주요 상품 공급이 이들 수요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구리 등의 원자재는 금융 위기 동안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곡물은 주요 산지인 러시아와 파키스탄의 수확량이 줄면서 공급 부족에 빠졌다.
상품 가격 급등은 일부 국가에서 고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우려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10일 발표되는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로 9월의 3.6%에서 한층 가파라질 전망이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인플레이션 억제책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BNP파리바의 해리 칠링기리언 상품시장 스트래티지스트는 “대부분의 신흥시장이 금리를 올리면 일부 요인은 연준의 양적완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지난주 밝힌 6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며 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에 따르면 9월 한달 간 상품 시장에는 3200억달러(약 355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시카고 소재 농산물 시장조사업체인 애그리소스코의 댄 베이스 사장은 “모든 종목에 걸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전반의 수요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품 시장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