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현대차 그룹 거센 후유증 불보 듯

입력 2010-11-16 11:07 수정 2010-11-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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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작업 치중 안일한 대처 화불러

문책인사 예고…경영전략 수정도 불가피

현대건설 인수에 사실상 실패한 현대차그룹이 거센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본입찰 막판까지 무난하게 인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 예상 가격보다 1조원 가까이 더 써낸 현대그룹의 작전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그룹 내에서 책임론은 불가피해졌다.

특히 사전 전략은 물론 인수가격 판단 등 전략적 측면 모두 현대그룹에게 완패했다는 점에서 대규모 문책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의 미디어 전략에 무대응으로 대처한 것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 현대그룹은 지난 9월부터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여론몰이를 펼쳤다. 현대차그룹은 추석 연휴 동안 방영된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전 회장이 등장하는 TV광고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듯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현금성자산은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6조원을 풀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책정에서도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5조원 중반을 현대차그룹이 5조원 초반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엠코 조위건 사장은 지난 15일 인수서류를 제출한 후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한 부분도 가격이나 비가격 요소 모두에서 현대그룹에 비해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현대그룹보다 5배나 많은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도 인수가격 싸움에서 졌다는 점은 현대건설 M&A에 관련했던 인수팀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실제로 현대그룹 측은 본 입찰 직전까지 입찰 결과를 지켜봐 달라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시너지 효과와 자금 면에서 모두 현대그룹을 앞선 것으로 평가되던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인수에 실패한 데 따른 대대적인 문책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정몽구 회장은 문책인사일 경우 정기 인사를 기다리지 않고 그때그때 즉각적인 책임 인사를 펼쳐왔다는 점을 볼 때 이달 중 문책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올해 현대·기아차에서만 4명의 고위 임원이 옷을 벗었다. 지난 2월 김회일 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장이 YF쏘나타 리콜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후임인 신동관 부사장 역시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됐다.

또 국내에서는 지난 6월 노조의 공장 가동 중단의 책임을 지고 송현섭 전주공장장이 자리를 물러났으며 최근에는 정성은 기아차 부회장이 쏘울 등의 리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재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 실패로 2011년 경영 전략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 체제가 조기에 등장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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