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을 둘러싼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현대그룹이 제시한 인수대금(5조5000억원) 가운데 프랑스 은행 예치금이 불투명하다고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9일 채권단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제시한 인수대금 가운데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나티시스은행에 예치한 11억달러(약1조2000억원) 규모의 예금잔고 증명서의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3분기말 현재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총자산이 약 216만유로(약 33억원)에 비해 예금잔고가 현저하게 많다는 이유다. 법인자산의 300배가 넘는 예금규모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경기 하남시에 있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참배한 뒤 “현대건설 인수자금 조달문제는 염려할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도 “나티시스 은행의 예금 금액이 맞고 문제될 것이 없다”며 “주식매매 계약서(SPA)에 서명하고 나면 자금 성격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의 공식적인 입장발표에도 불구하고 금융권과 재계에서는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예금이 아니라 차입을 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일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심사자체의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계획 자체가 허위보고이기 때문에 감점 내지 자격박탈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정은 회장이 내민 화해의 제스처를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일 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 회장은 이날 선영 참배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정몽구 회장님을 존경한다”며 “현대가의 정통성은 그 분에게 있다”고 말하며 서둘러 갈등 봉합에 나섰다.
현대건설이라는 대형 매물 인수에도 성공하고, 현대가의 장남역할을 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에 대한 예우도 갖추면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지킨 셈이다.
한편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대한 심사를 할 때 이 부분을 유심히 살펴봤으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