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가처분신청 판결 따라 매각작업 장기화 전망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결국 해를 넘겨 장기화할 전망이다. 법원이 현대그룹이 제기한 ‘양해각서 효력 인정 가처분 신청’에 대해 연내 결론을 낸다고 밝혔지만, 연내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게 ‘현대그룹 경영권 보장’을 골자로 한 중재안 수용을 결정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현대그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르면 연내에, 늦어도 새해 1월 4일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또 채권단도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상을 1월 7일까지는 개시하지 않겠다고 밝혀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그룹이 채권단이 제시한 ‘경영권 보장 중재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힘에 따라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박탈을 수용하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국민연금 등 제 3자에게 매각하고 이행보증금 2755억원도 돌려주겠다는 중재안을 현대그룹에 제시했다.
또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KCC,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현대그룹이 수월하게 현대상선 경영권을 확보하고 현대건설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우회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중재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어 채권단의 중재안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현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되찾게 되지만, 채권단이 이의신청 등을 통해 현대그룹과의 재협상을 거부할 방침이어서 매각 작업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자금조달계획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 계약을 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또 법원이 채권단의 손을 들어줄 경우 현대그룹이 본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민·형사 소송이 제기되면 짧게는 2~3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 매각이 마무리되기 까지는 채권단,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모두에게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은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주면 중재안 철회와 함께 이행보증금도 몰취하겠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현대가의 적통성이라는 명분을 제외하더라도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현대건설 인수가 절실한 상황일 것”이라며 “현대그룹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현대건설 M&A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현대그룹은 자칫하면 지리한 법정공방 끝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납입한 이행보증금을 모두 날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